이랜드는 왜 지금 편의점을 열까
지난해 6월 30일 관악구서 파일럿 매장 열고
1년간 테스트 진행…신규 유통 사업으로 확정
업계 평균 투자비 3분의 1 수준으로 점주 확보 계획
올해 편의점들은 ‘해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는 이미 5만 개가 넘는 편의점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성장 속도는 둔화되고 자율 규약으로 올해 말까지는 신규 출점도 쉽지 않다. 게다가 시장점유율 대부분은 상위 3개 업체가 차지하고 있어 신규 사업자의 영향력 확대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시장에 이랜드가 도전장을 내밀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편의점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이름은 ‘킴스편의점’. 기존 업체와 다른 ‘특색 있는 편의점’을 콘셉트로 잡았다. 가성비 전략으로 로이드, 미쏘 등 여러 브랜드를 성공시킨 이랜드가 편의점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랜드의 신사업 ‘킴스편의점’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그룹의 대표 사업이자 식품 전문매장인 킴스클럽의 장점을 살렸다는 의미로 ‘킴스편의점’으로 브랜드명을 정했다. 현재 상권과 취급 품목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6월 3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테스트 매장을 열고 약 1년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후 매장을 염창점, 신촌점 등으로 늘려 다양한 위치에서 사업성을 검토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편의점 사업에 나서게 됐다.
이랜드리테일은 ‘투자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기존 편의점 투자비용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편의점 운영실태 및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평균 창업비용은 약 7600만원(2022년 기준)이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을 하고 싶지만 초기 비용 부담이 큰 분들을 타깃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편의점과의 차별점은 ‘신선식품’이다. 이랜드리테일은 킴스편의점이 ‘신선 편의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형화’, ‘특화매장’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차별화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의 신선식품 특화매장을 선보인다. 기존 편의점처럼 다른 제품군도 판매하지만 주력 상품은 신선식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킴스클럽에서 매입하는 제품을 킴스편의점에도 넣을 계획이다. 킴스클럽의 신선식품 바이어들이 직접 선정한 로컬푸드로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지역 상생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편의점 산업, 충분히 매력 있다”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상위 4개 사업자의 전국 점포 수만 해도 5만5254개(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CU는 지난해 1만7762개에서 지난 4월 1만8000개를 돌파했고 GS25 역시 1만8000개 가까이 점포를 늘렸다.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2020년 4만8738개에서 2021년 5만2168개로 늘었지만 5만 개를 돌파한 이후 성장 속도가 더뎌졌다.
또한 후발주자에는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1~3위 사업자의 영향력 탓에 4위인 이마트24도 점포 수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트24 점포 수는 2022년 6365개에서 지난해 6600개로 1년간 235개 증가에 그쳤다. CU가 최근 4개월간 점포 238개를 늘린 것과 비교하면 이마트24의 사업은 정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가맹은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점주가 되기 전 고객이던 분들이라서 편의점별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오면서 쌓은 고객과의 신뢰가 가맹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신규 업체들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편의점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 성장이 둔화하고 신규 출점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1~2인 가구의 확산 등 생활방식이 달라지면서 산업의 매력은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랜드가 이들이 주류 가구로 자리 잡게 될 미래를 보고 편의점 산업에 뛰어든 것이란 분석이다.
통계청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 수는 2.2명으로 전년보다 0.1명 줄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가구 비중(2022년)은 34.5%였다. 연령대별 1인가구 비중은 △29세 이하 19.2% △70세 이상 18.6% △30대 17.3% △60대 16.7% 등 전 연령대 모두 비슷한 수준이다. 2인가구 비중은 28.8%로 전반적으로 증가세이나 3인가구(19.2%)와 4인가구 이상(17.6%)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1인가구 월평균 지출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9년 142만원 수준에서 2022년 155만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항목은 음식·숙박(17.8%)이며 식료품·비주류음료(12.6%)도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소량 구매가 가능한 점포를 선호한다. 향후 1~2인 가구가 더 늘어나면 편의점 객단가(1인당 사용 금액)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또 이랜드가 이마트24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2013년 위드미를 인수하며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이마트24 매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2조2251억원을 기록했지만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저효율 점포를 철수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502개 출점과 동시에 400개 점포를 폐점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마트가 이마트24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 10년간 10차례 이상의 자금 지원으로 이마트24를 키우고 있으나 업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오프라인 유통을 통합한다고 하나 소규모 매입 중심의 편의점은 대형마트와는 사업 구조가 달라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랜드의 편의점 진출은 향후 업계가 개편될 상황도 고려한 결정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물로 나오면 이랜드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가성비 브랜딩의 神, 편의점 성공할까
그동안 이랜드그룹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잘 찾아 사업을 성공시켰다. 1980년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첫 매장인 ‘잉글런드’를 열 때도 ‘맞춤복의 절반 가격’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후 1980년대에만 브렌따노, 언더우드, 헌트 등을 론칭하면서 캐주얼 의류 시장을 선도했다.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와 여성복 브랜드 ‘로엠’도 이랜드가 1990년 시작했다. 이들 브랜드 모두 비교적 저렴한 게 강점이다. 이외에도 이랜드가 보유한 스파오, 미쏘, 슈펜 등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의 SPA(제조·유통 일괄형)다.
1994년 ‘2001아울렛’으로 아울렛 시장에 진출할 때도 기존에 해온 패션을 강점으로 내세워 ‘패션 중심의 도심형 아울렛’이라는 모델을 선보였다. 동시에 기존 아울렛의 2분의 1 수준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현재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총 5개의 아울렛(2001, 뉴코아, NC, 동아, 팩토리) 모두 가성비 전략이 핵심이다.
외식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당시 대부분의 피자 브랜드가 ‘프리미엄’을 앞세워 비싸게 판매하는 상황에서 ‘9900원 피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새로 선보인 ‘뉴코아팩토리아울렛’은 ‘아울렛보다 더 저렴한 아울렛’이라는 슬로건으로 내세워 MZ세대 고객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월 기존 뉴코아아울렛을 ‘팩토리 모델’로 전환한 천호점은 2030세대 고객 수가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킴스편의점도 가성비 전략으로 니치마켓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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