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가락’ 동요 아닌 ‘펀치라인’ 살려 랩으로 동심 읊는다면?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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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랩으로 인기를 끄는 '고등래퍼'의 시대.
이 동시집은 곳곳에서 랩의 라임으로 시의 운율을, 랩의 펀치라인으로 동시의 말놀이를 가져오며 랩과 동시를 결합한다.
랩을 단순히 하나의 수단으로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랩을 녹여내 랩과 음악에 익숙한 어린이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신민규 시인은 래퍼 술제이와 함께 표제작 '나이지리아 볼펜'을 직접 랩으로 풀어내 유튜브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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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시 놀이의 세계 열어
직접 랩으로 읊어 유튜브 공유
파격적이지만 따뜻함은 고스란히
나이지리아 볼펜
신민규 시·그림 l 상상 l 1만3000원
“아이 세이 오리 유 세이 꽥꽥/ 오리!/ 꽥꽥!// 아이 세이 병아리 유 세이 삐악삐악/ 병아리!/ 삐악삐악!// 도로를 건널 땐/ 손을 머리 위로!/ 풋쳐 핸접!// 낯선 사람이 데려가면/ 다 같이 소리 질러!/ 꺄아아악!”(‘힙합 유치원’)
고등학생이 랩으로 인기를 끄는 ‘고등래퍼’의 시대.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라며 ‘노을’을 부르던 때는 과거가 아닐까. 신민규 시인이 7년 만에 새로 낸 개성만점 동시집 ‘나이지리아 볼펜’을 읽은 뒤 든 첫 생각이다.
“나 있지 니한테 궁금한 게 있어/ 그 나이지리아 볼펜 어디서 났어/ 그 나이리지아 볼펜 난 잃어버렸어/ 아빠의 나이리지아 출장 선물이었어/ 도둑질 나쁜 짓이야 철장신세 될 거야/ 너 이제라도 돌려줘 나이지리아 볼펜/ 레 미제라블 신부처럼 나 이제 알아 용서/ 네 미래 밝은 내일 위해 나에게 돌려줘”(‘나이지리아 볼펜’)
이 동시집은 곳곳에서 랩의 라임으로 시의 운율을, 랩의 펀치라인으로 동시의 말놀이를 가져오며 랩과 동시를 결합한다. 랩을 단순히 하나의 수단으로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랩을 녹여내 랩과 음악에 익숙한 어린이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신민규 시인은 래퍼 술제이와 함께 표제작 ‘나이지리아 볼펜’을 직접 랩으로 풀어내 유튜브에 올렸다.
책 말미에 실린 해설에서 송선미 시인은 “신민규의 동시는 둠칫둠칫 ‘신민규체’ 비지엠(BGM)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서 ‘등읃 등읃 등 읃 등’(작품의 한 구절) 기존 동시의 텁텁한 먼지를 털어내고 리듬과 박자의 설레는 충격이 공간을 진동시켜 신세계 동시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한다”고 소개했다. “그러하므로 동심 가라사대 ‘풋쳐 핸접!’”
킥킥대며 읽으면 흥이 나오는, 동시 장르의 낡은 문법을 깨는 파격적인 면도 있지만 따뜻한 감성도 잃지 않았다. “엄마 아빠의 전 재산 그게 바로 너란다”(‘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그러니 비트 주세요!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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