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만한 책을 짓고, 쓰는 감각을 돕는 곳 [책&생각]

한겨레 2024. 5. 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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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작은 골목 안에 있는 '생각의뜰채'(Dayspring)는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저의 작업 공간이자, 동네책방입니다.

'반짝이는 생각을 뜰채로 건져 올려 읽을 만한 책을 짓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2021년 10월1일 문을 연 출판사는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고, 로컬, 일, 여성을 주요 테마로 하는 책(콘텐츠)들을 만들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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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생각의뜰채
생각의 뜰채 외관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작은 골목 안에 있는 ‘생각의뜰채’(Dayspring)는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저의 작업 공간이자, 동네책방입니다. ‘반짝이는 생각을 뜰채로 건져 올려 읽을 만한 책을 짓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2021년 10월1일 문을 연 출판사는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고, 로컬, 일, 여성을 주요 테마로 하는 책(콘텐츠)들을 만들어 왔어요. 기획 인터뷰집 ‘엄마의 브랜드 vol.1’과 강원도의 감각을 표현하는 로컬 매거진 ‘GAK’을 출간했고, 지난해 5월부터 지금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책방의 기능도 더하게 되었지요.

내부 서가 모습
책방 내부에서 작업중인 권진아 대표.

개업하면서 이 공간의 역할을 ‘쓰는 감각을 돕는 큐레이션 편집숍’으로 정하고, 영문으로 ‘Dayspring’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Dayspring’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돋는 해’로 하루의 시작인 하늘의 빛을 의미합니다. 작고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밖으로 내보이는 일을 지속하겠다는 저의 의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밝은 기운을 누리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만 1년을 운영하면서 책을 소개하고 파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시대인지 실감하면서도 문학이 가진 힘을 믿기에 함께 읽고 쓰는 삶을 살자고 오는 사람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습니다.

서가는 크게 판매도서와 열람도서 코너로 나뉘어 있습니다. 판매도서로는 생각의뜰채 출간도서 외에도 로컬, 일, 여성을 주제로 한 독립출판물과 에세이, 매거진, 박덕규 작가의 컬렉션(그림책, 시, 소설, 평론) 등이 있습니다. 손때 묻은 중고 도서들도 판매, 대여하고 있고요. 열람도서는 제가 좋아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들로 그림책, 시, 소설, 실용서, 예술서 등으로 구성합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노트와 필기구, 엽서 등도 판매합니다. 특별히 지역의 청년 작가가 직접 만든 손제본 노트와 7살 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으로 만든 엽서는 하나뿐인 디자인이라 인기 만점입니다.

디자인 엽서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저는 졸업 후 방송구성작가, 출판편집자, 강사, 프리랜서 에디터 등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해왔습니다. 환경이 바뀌고 내 안의 가치가 부딪힐 때마다 일터를 옮겼고 자존감이 낮아져 스스로 자책하던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그 점들이 선이 되고 면이 되어 지금의 제가 생각의뜰채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살게 되니 일종의 사명감을 느낍니다. 종이책이 모형으로 팔리는 시대, 인공지능과 각종 미디어가 범람해서 도파민 중독으로 집중력이 흐려진 시대에 ‘읽고 쓰는 사람’이 빛을 발하게 될 거라는 확신도 있고요.

지난해 여름방학부터는 초등학생을 위한 ‘인문 예술 교실’을 열어 독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문 예술 교실’은 현재 초등학생만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청소년, 성인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저는 지역에서 독서지도, 진로/직업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 가끔 특강으로 학교에 가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올 4월부턴 원주 햇살작은도서관 시니어 독서 동아리 강사로 매주 1시간 어르신들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학성동 북카페 틔움과 연계해 독서모임인 ‘아카데미 책방’도 진행 중인데요,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다 생겨난 모임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건축과 객체’ 책을 돌아가며 낭독하고 토론합니다. 현장에서 소리 내 읽는 강독회라 새로운 멤버가 와도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등 인문예술교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이처럼 다양한 세대, 대상을 만나면서 우리가 서로 몰랐을 뿐이지 모두가 소중하고, 고유한 존재이자 한권의 책이라는 사실을 진하게 느낍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불안한 미래를 좇기보다는 본질로 돌아가 내 안에 꿈틀대던 꿈, 독서의 즐거움을 기억해내고, 마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원주/글·사진 권진아 생각의뜰채 대표

생각의뜰채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원문로118번길 3 (단계동) 1층
instagram.com/ps_day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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