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디아'에 '20만닉스' 화답···삼전도 반도체 지원에 반등 성공
엔비디아 호실적에 수혜 지속 기대
SK하이닉스, 외국인 매수로 강세
증권가 목표가 26만원까지 높여
삼성전자도 AI칩 공급 여부 주목
엔비디아의 주가가 깜짝 1분기 실적에 힘입어 1000달러를 넘어선 직후 SK하이닉스(000660)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 수혜 기대를 업고 사상 처음으로 20만 원을 돌파했다. 반면 AI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삼성전자(005930)는 정부의 대대적인 반도체 지원책 발표에 간신히 반등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으로 확인한 AI 수요의 성장성이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계속 엇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600원(0.77%) 상승한 7만 8300원, SK하이닉스는 2300원(1.16%) 오른 20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20만 3500원으로 출발하며 역대 처음으로 20만 원 주가 장벽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대규모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약세를 보이다가 장중 외국인투자가가 순매수로 돌아서자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126억 원, 2562억 원어치 순매수했고 기관은 두 종목을 796억 원, 1187억 원어치씩 팔아치웠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상승을 이끈 호재는 22일(현지 시간) 엔비디아의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 공표였다. 엔비디아는 1분기(2~4월) 260억 4000만 달러(약 35조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덕분에 사상 최고가인 1007달러로 치솟았다. AI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은 셈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HBM 제품을 엔비디아에 가장 많이 공급하는 회사다. 올 3월에는 업계에서 가장 빨리 5세대 제품인 ‘HBM3E’ 8단 제품 납품을 시작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기업이 AI 서버 인프라에 투자하는 상황이라 핵심 공급망 업체인 SK하이닉스가 그 혜택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SK하이닉스가 2분기에도 5조 1000억 원 수준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 주가에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올 3월 삼성전자 HBM 제품을 검증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어 AI 공급망 소외 현상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일각에서는 수율 등 품질 문제로 검증 작업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엔비디아 소식에 7만 7000원대로 내려갔던 삼성전자는 정부가 총 26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한 뒤에야 겨우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AI 반도체 실적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똑같은 메모리반도체 중심 회사임에도 AI 시장 진입 유무에 따라 올 들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지난해 말 14만 1500원에서 현 20만 원으로 41.3% 뛰는 사이 삼성전자는 7만 8500원에서 7만 8300원으로 뒷걸음질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제치고 코스피 시총 2위에 오른 뒤 3위와의 격차를 60조 원 이상으로 벌렸다. 다올투자증권(030210)은 이날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업계 최고 수준인 26만 원을,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업계 하위권인 10만 5000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1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427% 증가한 반면 경쟁사 AMD의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율은 80% 수준에 그쳐 두 회사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TSMC·마이크론 등이 AI 반도체 수혜주로 자리 잡는 동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공급망 열차에 탑승할 수 있을지가 주가에 최대 변수”라고 설명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수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해소된 만큼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 여부에 투자 전략이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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