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22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고함
글로벌 허브도시·산은 이전 현안 위해 野와 협치 펼쳐야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
오래 전 일이다. 그 국회의원 분은 무의식적으로 한 말인 지 모르지만 “서울에 가면 지방이 보이지 않더라”고 했다. 그 분은 모 방송국 시사프로 출연 중이었고, 사회자나 거기에 패널로 참석했던 필자도 분명히 들었다. 그래서 한때 어처구니없지만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 자기 고백적 실언은 한동안 주변에 회자되기도 했다. 세월이 제법 흘렀지만 지금도 정말 서울 국회에 가면 지방이나 부산은 안중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여전히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번 22대 총선에 당선된 국회의원들께 늦었지만 축하 인사드린다. 선거를 한번이라도 치러본 분들은 아신다. 선거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낙선하신 분들의 아픔 역시 겪어보지 못한 분들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 올린다.
22대 총선 결과, 전국적으로 ‘정권 심판론’이 우세했다는 데 이론을 달 여지는 거의 없다. 그러니 전국적인 정당지지도가 여당인 국민의힘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에서,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중심의 국정에 대한 심판이라 해야 옳다. 그러면 국민의힘이 다수인 부산 국회의원들은 22대 국회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의정활동에 임할 것인가.
먼저,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헌법기관이란 차원에서 국민의 대표이자 동시에 지역주민의 대표라는 이중적 지위를 지닌다. 따라서 국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 의견과 입법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하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헌신과 발전 의지를 함께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한 한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반적 기존 통념과 달리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가 단순히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신정섭 중앙대 교수). 통계 분석 결과, 전체 유권자 중 20% 정도가 지역구 투표선택에서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숫자의 유권자들은 현직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참고해서 투표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에게 그럴듯한 공약이나 지원을 약속하는 것만으로 당선을 기약할 수 없다. 설혹 의원 임기가 한 번에 그치더라도 지역민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발자취와 치적을 남길 수 있는 의원이 되길 바란다. 초등학생에게조차 부끄러운 치졸한 말싸움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지치고 분노하게 만드는 국회의원을 적어도 우리 지역 출신 의원들에게서는 보고 싶지 않다.
22대 부산 국회의원 18석 중 더불어민주당 1석만 빼고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부울경 전체 40석 중 국민의힘 의석은 34석으로 압도적이지만, 전국적으로 국민의힘 의석은 108석, 민주당 의석은 175석이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거의 민주당 의석으로 채워져 있어 수도권 민주당 의원들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한다. 유권자 머릿수로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게 불가피한 정치적 생리라고 본다면,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수도권 유권자가 비수도권 유권자를 능가하는 형세에서 향후 비수도권을 위한 입법이나 정책을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을 석권한 민주당과의 공존을 통한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치밀한 전략적 모색은 물론,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산업은행 이전 관련법 개정과 같은 지역발전정책들은 물론이고 가덕신공항의 원만한 착공과 완공을 위해서라도 야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협력하는 태도를 보다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게 현실이고 정치이다. 섣부른 이념 공세나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정권 보위라는 허울뿐인 명분에 함몰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부산지역 지자체나 국회의원만 합의하고 뭉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지역 생존의 마지막 보루가 될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도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이 주도적으로 나서야만 성사되리라 믿는다.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로 당초 예상되던 강성 추미애 의원이 아닌 온건 이미지의 우원식 의원을 선출한 민주당의 속내도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제대로 된 입법 성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으로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우 의원은 정치적 언사일지언정 여야 간 협상과 협의를 존중할 거라고 공언하고 있다. 2026년 6월 지방선거, 2027년 3월 대선이 곧 들이닥친다. 그때까지 정치세의 회복과 역전을 막연히 꿈꾸기보다는 지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최재천 교수가 최근 그의 저서 ‘숙론(熟論)’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누가 옳은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숙고하고 토론해 참담한 불통시대를 극복하는 소통의 모범이 되길 바란다. 거침없이 내닫고 있는 AI 산업화 시대와 기후변화 위기 시대에 미래를 구상하고 고민하는 그런 의원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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