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탄강 불법 캠핑 해법은 없나

이선호 기자 2024. 5.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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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지역사회부 부국장

깨끗한 물과 들, 산, 기암괴석.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그곳에서 쉬고 싶어 한다. 그만큼 각박한 현실을 떠나 조금이라도 힐링하고 재충전하려는 몸부림이다. 코펠, 침낭에 삼겹살과 소주, 맥주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고생스럽지만 자연으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었다. 유력 방송사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캠핑하는 장면이 나오고, 유튜브에 무료 캠핑 장소까지 소개해 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캠핑 열풍에 따라 아름다운 자연 명소 곳곳에 캠핑장이 생겼다. 모 연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캠핑 인구가 7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캠핑족이 늘면서 자신만의 비밀 캠핑 명소도 등장했다. 정식 캠핑장은 아니지만 조용히 캠핑하기엔 최고라는 곳. 처음엔 혼자였지만 입소문을 타고 옆에 또 그 옆에 텐트가 쳐졌다. 나중엔 수십 개의 텐트가 군락을 이룬다. 텐트 한두 동 시절엔 괜찮았다. 자발적으로 쓰레기도 치우고 텐트 철수 시 주변 정리도 깨끗이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옆 캠핑족이 쓰레기를 버리고 철수하자 너도나도 쓰레기를 투기하기 시작한다. 풍광 좋은 나만의 비밀 캠핑장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됐다. 좋은 장소를 놓고 텐트 자리싸움까지 벌어진다. 목 좋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예 상시 텐트를 설치해 놓는다. 캠핑 수요가 많다 보니 내가 캠핑을 안 가는 날엔 돈을 받고 대여까지 해 준다. 이번에 경기일보가 현장 확인한 연천 한탄강 국민관광지는 심각했다.

한탄강 국민관광지는 1977년 지정됐다. 주변에 선사시대 구석기 유적지와 선사박물관, 재인폭포 등 명소를 비롯해 한탄강 여울목은 맑고 깨끗한 모래밭으로 이뤄져 있는 관광 명소다. 이곳이 숨은 캠핑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인근에 유료 캠핑장이 있는데도 한탄강변까지 차를 끌고 와 텐트를 친다. 물론 불법이어서 자릿세는 없다. 현장에는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장기간 설치된 이른바 알박기 텐트도 많았다. 일부는 타인에게 대여도 해 준단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장마철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물이 불어 이곳에서 캠핑하던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식 캠핑 장소가 아니다 보니 안전장치는 전무하고 보호받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행정당국의 해명은 더 아쉽다. 인력 부족은 물론 차박과 야영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극적이다. 연천 한탄강은 캠핑족이 몰릴 만큼 매력적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문제는 돈 좀 아끼자며 공짜 캠핑을 즐기며 청정지역에 쓰레기를 투기하는 캠핑족과 캠핑 수요를 양성화하고 안전한 캠핑을 할 수 있게 돕는 방안을 찾지 못하는 행정당국이다.

요즘 지자체별로 지역 관광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광객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연천군도 적극적으로 한탄강에 안전하고 저렴하게 캠핑할 수 있는 공공 캠핑장을 추가로 설치해 캠핑족 수요를 받아 주는 공존의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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