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10년 공부
필자가 경기도로 집을 옮겨 살아온 지 벌써 10년이 됐다. 2014년 3월 중순, 경기도 교육 관계 활동을 하던 분들과 시민사회 활동을 하던 분들로부터 느닷없이 경기도교육감선거에 나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인 데다 경기도에 살아 본 적도 없고 경기도 학교와 교육계에 아는 분이 전혀 없으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교육감선거는 정당이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교육정책이나 공약으로부터 선거조직, 선거자금, 선거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후보가 책임지는 것이어서 당연히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당시 경기도 교육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가 현직 경기도교육감이 당연히 계속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별안간 교육감직을 사임하고 선거에도 나서지 않는다고 하니 믿고 있던 분들은 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를 대안으로 논의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필자가 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민주 혁신’ 후보라는 이름으로 단일화 후보로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통해 2014년 7월1일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8년간의 소임을 마쳤다. 그런데 재임 중 세월호 참사에 따르는 과제는 가장 슬프고 안타깝고 힘들고 때로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행복하고 즐거운 수학여행 길에서 희생 당한 단원고 250명의 학생과 열한 분의 선생님들을 생각만 해도 슬프고 아프고 안타깝기만 하고 지금까지도 가슴이 먹먹하다.
교육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무슨 말로 어떤 방법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할 말을 잃어버리곤 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1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추모관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했으니 비록 교육감직은 떠났어도 여전히 가슴에는 큰 돌멩이가 얹혀 있는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필자는 누구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참으로 많은 공부를 했다. 그리고 많은 분으로부터 갚을 수 없는 큰 빚도 지게 됐다. 특히 올해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지내면서 여전히 무거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비극의 책임을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에 더해 학생들을 사회적 인격체로 대하면서 올바른 교육을 지켜가야 한다는 학생인권조례를 이미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광역시도의회에서 폐기하고 경기도에서도 그 길로 간다고 하니 보고 있는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교육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10년 공부에서 남은 것이 무엇일까?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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