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 온 MZ싼커 “면세점보다 맛집”
올 1분기 中관광객 65%가 MZ… 단체관광 대신 개별여행 선호
‘대중교통 이용해 물회 먹기’ 등 맛집 투어가 새 소비패턴 부상
쇼핑도 명품서 중저가 제품 선호… 전문가 “체험 관광상품 개발을”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감자탕집 앞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맛집 탐방을 하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싼커·散客)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줄을 서서 빈자리가 나길 기다리던 왕팅팅 씨(34·여·항저우)는 “맛집 추천 애플리케이션에 왕훙(중국 인플루언서)들이 올린 사진을 보고 왔다”며 “성수동은 중국인 사이에서도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맛집 앱에 한국 내 음식점 순위를 매기는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했다.
● 유커 소비처, ‘음식점’이 ‘소매점’ 처음 앞서
제주관광공사의 ‘제주 방문 외국인 카드 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 음식점에서 쓴 돈은 180억 원으로, 소매점에서 쓴 168억 원보다 많았다. 음식점 내 소비가 소매점을 앞선 건 201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특히 올 1분기(1∼3월)에는 음식점 내 소비액이 전체 소비액의 52%를 차지해 숙박업을 포함한 모든 업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제주도는 국내 중국인 관광객 4명 중 1명이 찾는 지역이다.
이는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싼커의 방문이 늘면서 기존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游客)의 ‘싹쓸이 쇼핑’이 아닌 ‘맛집 투어’가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4월 국내 중국인 관광객 중 64.7%가 MZ세대였다. 실제 샤오훙수에서는 ‘대중교통 이용해 물회 먹기’, ‘베이글 줄 서는 시간 정리’, ‘공유 전동 킥보드로 찾아가는 맛집’ 등 다양한 한국 여행 팁이 공유되고 있다. 한 20대 싼커는 “샤오훙수를 통해 제주 대중교통, 카카오T 사용법을 숙지한 뒤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 쇼핑도 명품보단 중저가로
2016년 806만7722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416만9353명으로 감소했다. 이후 코로나19가 닥치면서 2021년엔 17만215명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약 6년 5개월 만에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그해 201만9424명이 방문했고, 올해는 4월 기준 278만4338명이 찾아 이미 지난해 방문자 수를 넘어선 상황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면세점 소비를 줄인 데엔 하이난(海南) 지역에 대규모 면세장이 개발되면서 현지 수요를 흡수한 영향도 있다. 화장품 등 중국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국내 면세업계는 올 1분기에만 28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올리브영과 다이소, 아트박스 등은 MZ세대 싼커의 방문이 늘고 있다. 윤남호 롯데면세점 제주점장은 “명품 위주의 라인업에서 다양한 고객층이 소비할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로 면세점 구성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 싼커를 위한 지역·체험 중심의 관광상품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새로운 경향을 고려해 음식점과 소형 소매점에 ‘알리페이’를 도입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송은범 seb1119@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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