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제’의 親文… 비서관 다수 친명으로, 친문 핵심은 낙천·조국당行

정우상 논설위원 2024. 5. 24. 0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논설실의 뉴스 읽기] 기로에 선 친문

야권의 권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이재명 대표로 넘어간 지 2년이 넘었다. 한때 권력의 중심이었던 친문(親文) 역시 ‘이재명 체제’에서는 친명(親明)에게 그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친문계는 사실상 세 갈래로 분화됐다. 민주당에서 이 대표를 따르는 친명으로 방향 전환을 하거나, 비명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하다 ‘비명횡사’했다. 또 하나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을 한 조국 대표의 조국혁신당에 참여했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시대에 이제 친문은 의미가 없다”는 쪽과, 이재명 대표를 견제하는 세력의 중심은 여전히 친문이라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친명이 되거나

이번 총선에서 비명횡사도 많았지만 친문계 생존자가 상당수 있다. 친문의 범위를 문재인 청와대 근무로 본다면 30여 명 수준이고, 장차관이나 문재인 정부 참여로 확대하면 45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장관급에서는 황희(문체부), 한정애(환경부), 추미애(법무부), 진선미(여가부), 권칠승(중소벤처기업부), 박범계(법무부), 이개호(농림축산식품부), 이인영(통일부) 당선자가 있다. 이 중 친명으로 분류되는 인사로는 추미애, 권칠승, 박범계, 이개호 당선자가 있다. 추 당선자는 원조 친문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했다. 추 당선자는 이재명 대표의 교통정리로 국회의장이 확실시됐지만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와 추 당선자에 대한 비토로 우원식 의원에게 국회의장 자리를 내주게 됐다.

황희, 권칠승, 박범계 의원은 핵심 친문 의원들이 만든 ‘부엉이 모임’ 출신이다. 노무현 청와대 출신과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 20여 명이 속한 모임이다. 그러나 노무현 청와대 때부터 문 대통령과 관계를 맺어왔던 황희 의원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친명으로 돌아섰다. 권칠승 의원은 이 대표 체제에서 수석 대변인을 했고, 박 의원도 친명에 가깝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한 민주당 당선자로서는 박수현(홍보수석), 정태호(일자리수석), 한병도(정무수석), 이용선(시민사회수석) 당선자가 있다. 비서관급으로는 윤건영(국정상황실장), 고민정(대변인), 김영배(민정), 진성준(정무), 민형배(자치발전), 권향엽(균형인사), 김우영(제도개혁), 신정훈(농어업), 문대림(제도개선), 이기헌(민정), 김기표(반부패) 당선자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친문, 친명으로 엇갈린 길을 가는 장관급과 달리 비서관급 참모 중 상당수는 이재명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위장 탈당 논란을 일으켰던 민형배 당선자는 이번에 당 전략위원장이 됐고, 김우영 당선자는 친명 핵심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를 거쳐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됐다. 김기표, 문대림 당선자도 혁신회의 출신이다. 김기표 당선자는 ‘대장동 변호사’로 분류된다. 진성준 의원은 원래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계열이었지만 지금은 당 정책위의장이 됐다.

친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당선자는 박수현, 윤건영, 고민정, 김영배 정도가 꼽히고 있다. 박수현 당선자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대변인에 이어 홍보수석으로 연속 발탁됐다. 박 당선자는 최근 친명에 의한 ‘추미애 교통정리’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의장까지 당심, 명심이 개입해서 정리된 건 역대 처음”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고민정 당선자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문제가 불거지자 최고위원 회의에 불참했다.

그래픽=백형선

◇비명횡사하거나

친명으로 갈아타기를 거부한 친문 상당수는 총선 때 공천을 아예 받지 못했다. 대통령 후보를 놓고 이 대표와 경쟁했던 이낙연 전 총리는 일찌감치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었지만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 낙선했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두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전략적 제휴’ 관계로 인식됐던 친명과 친문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사실을 그대로 증명했다. 당시 친명계 인사들은 임종석, 노영민의 출마를 두고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이 총선에 나오려 한다”며 윤석열 정부 탄생에 대한 원죄가 있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장관급 중에서는 전해철 전 행자부장관, 김영주 전 노동부장관과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홍영표, 박광온 두 전직 원내대표의 공천 탈락도 의외였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친문 좌장’으로 꼽혔고,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가결 때 원내대표였다. 친문계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에서 공천 탈락자가 대거 나온 것도 주목된다. 이 모임에는 전해철, 홍영표 의원과 함께 박광온, 정태호, 도종환,신동근,강병원 의원 등이 참여했었다. 이 중 전해철, 홍영표, 박광온, 도종환, 신동근, 강병원 등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민주주의 4.0은 작년 12월 창립 3주년 토론회를 갖고 세 결집에 나서기도 했는데,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당원 민주주의를 하겠다는데, 실제는 민주적 방식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국당으로 가거나

조국혁신당은 문재인 청와대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당대표인 조 대표는 민정수석을 했고, 민정수석실 선임 행정관을 지낸 황현선은 당 사무총장이다. 조용우 정무실장은 국정기록비서관 출신이다. 이 밖에 윤재관 전략본부장, 배수진 대변인, 이지수 대변인도 모두 청와대 참모 출신이다. 정춘생 당선자는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냈고, 김준형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다. 김준형 당선자는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인 문정인 교수와 가깝다. 경제특보에 임명된 홍종학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지냈고 김형연 법률특보는 판사 출신으로 전 법제처장이다. 이들과 달리 서왕진 당선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이었고, 신장식 당선자는 민주노동당과 정의당 출신이다. 박용진 의원처럼 노회찬 전 의원 참모 출신이다. 문 전 대통령은 총선 직전 “조국혁신당이 국민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 정치 상황에 대해 분노가 뜨겁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대표가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고, 문 전 대통령 역시 회고록 발간 이후 김정숙 여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적 구심 역할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현금 지원 집착은 친문 트라우마 때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친문의 불편한 관계는 여러 요인의 복합 결과다. 이 대표와 친문은 2017년 대선 경선 때 격돌했다. 문재인 후보의 압승으로 예상됐지만 후발 주자였던 이 대표는 문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 대표는 아내 김혜경씨와 관련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문 대통령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 같은 민감한 문제를 거론했다. 이 대표 지지자 중 일부는 경선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2020년 대법원에서 선거법 사건에 대한 족쇄가 풀린 직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했다. 그는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이어 “평생 한 채 가지고 잘 살아 보겠다는데 집값 올랐다고 마구 (세금을) 때리면 안 된다. 실거주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오히려 세율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총선 이후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 발언을 한 것은 이 대표의 과거 발언과 맥이 닿는다.

이보다 더 결정적 이유는 지난 대선 직전 이 대표가 요구했던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문재인 정부가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친명과 친문 양측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요구했지만 홍남기 부총리를 내세워 재정 탓을 하며 수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선 때 이 대표는 정부가 재난 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표명하자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되면 따르는 게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라며 정부와 대립했다. 일부 친명계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고의적으로 재난 지원금을 거부해서 이 대표를 대선에서 떨어트린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번 총선 때 1인당 25만원의 민생 회복 지원금을 내걸고, 총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야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