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퇴근해” “열심히 하지마”...상사의 이 말이 갑질이라는 이유
최근 일본 소셜미디어에서 ‘호와하라’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랐다. ‘화이트 해러스먼트(White Harassment)’의 준말로, 한국말로 옮기면 ‘착한 갑질’이란 뜻이다. 직장 후배에게 ‘너무 열심히 안 해도 된다’ ‘내가 할 테니 먼저 퇴근하라’면서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겉보기엔 후배들을 위한 다정한 상사의 배려로 보이지만, 오히려 이런 행동이 사회초년생에겐 직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단 뜻으로 탄생한 신조어다.
일본에서 방영한 한 드라마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방영한 일본 TBS 드라마 ‘나인(9) 보더’엔 19세, 29세, 39세의 세 자매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도 직장에 다니는 둘째는 퇴근 시간이 다 돼도 일을 못 끝낸 후배에게 “내가 할 테니 야근하지 말라”면서 귀가를 권유한다. 이를 본 둘째 자매의 상사가 “후배들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그를 질책한 것이다.
해당 장면이 방영된 후 ‘호와하라’라는 단어는 온라인에서 금세 화제가 됐다. 일본에선 ‘파워하라(권력형 갑질)’ ‘카스하라(고객 갑질)’ ‘세쿠하라(성희롱 갑질)’ 등 각종 ‘갑질’ 행위에 ‘하라’란 접미사를 붙인다.
일본 직장인 사이에선 이러한 행위가 실제 갑질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후배의 업무 경험을 빼앗는 건 사실’ ‘속으론 일 가르치기 귀찮아 그러는 것 아니냐’는 지적 등이 쏟아졌다. 반면 반대편에선 ‘어디까지나 후배를 위한 것인데 어떻게 갑질이냐’ ‘싫어하는 대상의 행동을 일일이 문제 삼는 것 같다’는 반박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호와하라 현상이 빚어진 계기를 두고 2022년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시행된 이른바 ‘갑질방지법’을 꼽기도 한다. 의도치 않은 성적 논란을 방지하려 이성과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펜스룰’처럼, 상사들이 폭언·폭설로 대표 되는 ‘직장 내 갑질’을 피하려다 후배와의 소통 자체를 줄이는 바람에 호와하라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논란과 별개로 일본 직장인 상당수는 ‘호와하라’의 당사자가 돼 봤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 기업 컨설팅 업체가 20~50대 직장인 6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80%는 “호와하라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 적 있다”고 했다. 후배에게 야근을 지시하거나 업무에 관련된 사항을 지적하고 싶어도 참아 넘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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