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올려놓고 “8일간 유예한다”는 BBQ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지난 21일 “23일부터 23개 제품 가격을 2년 만에 인상한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평균 6.3% 정도 인상입니다. 그런데 BBQ는 가격 인상 하루 전인 22일 오후 6시에 “23일 적용 예정이던 가격 조정 시점을 31일로 8일간 유예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소비자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1년도 아니고 가격 인상을 고작 8일 늦추면서 물가 안정 보탬이라니, 소비자를 우롱하느냐”는 겁니다. “물가 안정을 바라는 기업 모습에 눈물이 난다” 같은 다소 조롱 섞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가격 인상 시점을 8일 늦춘 이유를 물었더니 더욱 옹색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가격 인상 비판 여론이 커서 가정의 달(5월)을 피해 연기하려 했는데 6월 1~2일이 주말이라 배달 플랫폼에 가격 변동을 반영하기 어려워 5월 31일로 정했다”고 했습니다. 또 “일부 가맹점이 인상 가격을 반영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가격 인상 발표부터 했다는 건데 가격 인상 과정이나 유예 해명 모두 이해가 안 될 뿐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편에선 과연 가격 인상이 필요한지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나옵니다. BBQ는 가격 인상 이유로 “원·부재료 가격 상승, 임차료 및 가스·전기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가맹점이 수익성 악화를 견딜 수 없어 단행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습니다. 근데 BBQ는 지난해 4731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553억원을 올렸습니다. 1000원어치 팔아 117원씩 남긴 겁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업체들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도 적지 않습니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가격의 투명성, 적정성은 먹거리를 파는 회사가 안전성과 함께 놓쳐선 안 되는 부분입니다. 가격은 마음대로 올리거나 내릴 수 있겠지만, 소비자 신뢰는 마음처럼 안 된다는 걸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라고 홍보하는 BBQ가 모르지 않을텐데 이번 사태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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