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사라지는 일본의 ‘극진한 환대’
최근 일본 야마나시현의 한 편의점 앞에 높이 2.5m, 폭 20m의 검은 가림막이 설치됐다. 이곳은 일본 최고봉 후지산 전경을 볼 수 있어 늘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소음과 거리 쓰레기 등 문제가 불거지자 아예 아무도 볼 수 없게 가려버렸다. 일본에서조차 ‘편의점 앞에서 지역 특산품을 파는 등 기회로 삼을 수 있는데 과도한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도쿄 아사쿠사 등 일본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잡화점·수퍼마켓 점포엔 최근 계산대에 의자가 설치되고 있어 화제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노조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업체들도 ‘앉아서 손님을 응대해도 괜찮다’며 속속 지침을 바꾸고 있다. 편의점 앞에 가림막을 세우든 직원이 앉아서 손님을 받든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극진한 환대’ 문화를 고려하면 최근 외국인을 바라보는 일본의 달라진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변화들이다.
일본 식당·잡화점 등 직원은 손님에게 인사할 때 허리 각도부터 표정, 멘트, 말 속도까지 교육받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온 손님을 극진히 모셔 다시 찾게 만든다는, 이른바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 문화다. 이런 문화가 최근 관광객 손님을 대하는 방식부터 시작해 눈에 띄게 흐려지고 있다.
최근 엔저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 문제가 부상하자 이들의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소적으로 바뀌고 있다. 가장 문제는 이를 ‘싫으면 오지 마’란 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 홋카이도 유명 관광지 니세코초는 올 11월부터 여행객에게 인당 최고 2000엔(약 1만7000원)의 ‘숙박세’를 걷는다. 오사카에선 아예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징수금을 걷자는 안을 논의 중이다. 도쿄 일부 식당은 일본어를 못하는 손님에게 음식값을 1000엔씩 올려받겠다고 선언했다.
현지 관광 전문가들조차 이러한 조치가 “일본의 미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교수는 “외국인은 안 와도 된다는 발상은 굉장히 위험하다. 게다가 인구 감소의 시대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최근 일본 사회에 대한 외국인의 불만을 다룬 기사엔 이러한 현지 네티즌 댓글이 달렸다. “일본은 천국이 아니다.” 일본은 더는 외국인들을 위한 ‘천국’ 같은 나라가 아니고 자국을 찾은 외국인이 외려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근 국내 한 연예인이 식당에서 일반인 손님 밥값을 지불해준 일화가 화제가 됐다. 그는 “그분들이 (나를) 먹고살게 해줬기 때문”이라며 공을 돌렸다. 일본이 관광대국에 오른 배경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특유의 오모테나시 문화도 한몫했겠지만, 반대로 꾸준히 찾아주는 관광객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발전했을까. 감탄고토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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