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54세 최경주의 쉼표 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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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불문하고 골퍼들은 나이가 들면 샷의 거리가 줄어든다.
리츤은 최경주를 보자마자 "네 가방에 60도 웨지가 있나?"라고 묻더니 "없으면 프로숍에 가서 당장 사 오라"고 했다.
하지만 최경주는 프로숍으로 허겁지겁 달려갔고 T사의 웨지를 돈을 주고 구입해 왔다.
최경주의 어프로치는 홀을 벗어나 한참을 굴러가거나 깃대 앞 내리막 퍼팅 거리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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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니어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탱크’ 최경주가 한국 남자골프사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 최경주(54)는 지난 19일 제주 핀크스골프장에서 끝난 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박상현(41)과 연장 2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했다. 그날은 최경주가 만 54세를 맞았던 날이기도 했다. 만 54세의 투어 우승 기록은 그동안 최상호 프로가 보유하고 있던 50세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어서 당분간 그 기록은 깨지기 힘들 전망이다.
최경주는 무엇으로 이리 세상을 놀라게 했을까?
2000년 1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해 PGA 퀄리파잉 테스트를 통과,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던 최경주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필 리츤 골프 아카데미를 찾았다.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리츤의 교습을 받기 위해서였다.
리츤은 최경주를 보자마자 “네 가방에 60도 웨지가 있나?”라고 묻더니 “없으면 프로숍에 가서 당장 사 오라”고 했다. PGA투어 멤버는 용품사의 무상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최경주는 프로숍으로 허겁지겁 달려갔고 T사의 웨지를 돈을 주고 구입해 왔다. 선생은 공 몇 개를 그린 위쪽의 러프에 놓더니 발로 밟았다. 그러고 나서 내리막 경사에 꽂혀 있는 홀을 공략해 보라고 했다. 러프 탈출도 어려운데 내리막의 홀을 향해 공을 쳐서 파 세이브를 해 보라니. 최경주의 어프로치는 홀을 벗어나 한참을 굴러가거나 깃대 앞 내리막 퍼팅 거리에 떨어졌다.
당시 70세의 리츤 선생은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이더니 “네가 스윙이 좋고 체력도 좋은 걸 잘 안다. 하지만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그린 근처에서 회전을 걸어 공을 세우는 기술을 완벽히 배우지 못하면 우승컵을 차지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최경주는 미국 무대에 완전히 적응했고 통산 8승을 거두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최경주는 올 시즌 챔피언스 투어에서 위기 대응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스크램블링에서 75%를 기록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파 온을 못했어도 그린 근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샷의 거리가 자꾸 줄어들어 골프가 재미없어지신 분들. 최경주를 생각하며 쇼트게임으로 거리를 보완하시라.
성백유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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