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54세 최경주의 쉼표 없는 도전

2024. 5. 2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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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불문하고 골퍼들은 나이가 들면 샷의 거리가 줄어든다.

리츤은 최경주를 보자마자 "네 가방에 60도 웨지가 있나?"라고 묻더니 "없으면 프로숍에 가서 당장 사 오라"고 했다.

하지만 최경주는 프로숍으로 허겁지겁 달려갔고 T사의 웨지를 돈을 주고 구입해 왔다.

최경주의 어프로치는 홀을 벗어나 한참을 굴러가거나 깃대 앞 내리막 퍼팅 거리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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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불문하고 골퍼들은 나이가 들면 샷의 거리가 줄어든다. 프로 세계에서도 예외는 없다. 남자는 50세, 여자는 40세를 기준으로 시니어 투어 입문 자격이 주어진다. 젊은 선수들과의 대결이 버겁다는 증거다.

미국 시니어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탱크’ 최경주가 한국 남자골프사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 최경주(54)는 지난 19일 제주 핀크스골프장에서 끝난 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박상현(41)과 연장 2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했다. 그날은 최경주가 만 54세를 맞았던 날이기도 했다. 만 54세의 투어 우승 기록은 그동안 최상호 프로가 보유하고 있던 50세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어서 당분간 그 기록은 깨지기 힘들 전망이다.

최경주는 무엇으로 이리 세상을 놀라게 했을까?

2000년 1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해 PGA 퀄리파잉 테스트를 통과,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던 최경주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필 리츤 골프 아카데미를 찾았다.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리츤의 교습을 받기 위해서였다.

리츤은 최경주를 보자마자 “네 가방에 60도 웨지가 있나?”라고 묻더니 “없으면 프로숍에 가서 당장 사 오라”고 했다. PGA투어 멤버는 용품사의 무상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최경주는 프로숍으로 허겁지겁 달려갔고 T사의 웨지를 돈을 주고 구입해 왔다. 선생은 공 몇 개를 그린 위쪽의 러프에 놓더니 발로 밟았다. 그러고 나서 내리막 경사에 꽂혀 있는 홀을 공략해 보라고 했다. 러프 탈출도 어려운데 내리막의 홀을 향해 공을 쳐서 파 세이브를 해 보라니. 최경주의 어프로치는 홀을 벗어나 한참을 굴러가거나 깃대 앞 내리막 퍼팅 거리에 떨어졌다.

당시 70세의 리츤 선생은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이더니 “네가 스윙이 좋고 체력도 좋은 걸 잘 안다. 하지만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그린 근처에서 회전을 걸어 공을 세우는 기술을 완벽히 배우지 못하면 우승컵을 차지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최경주는 미국 무대에 완전히 적응했고 통산 8승을 거두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최경주는 올 시즌 챔피언스 투어에서 위기 대응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스크램블링에서 75%를 기록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파 온을 못했어도 그린 근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샷의 거리가 자꾸 줄어들어 골프가 재미없어지신 분들. 최경주를 생각하며 쇼트게임으로 거리를 보완하시라.

성백유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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