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영화계를 죽이려는가 [이지영의K컬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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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작년 대비 영화제에 지원하는 예산의 54%가 삭감되었고, 지원 신청을 한 38개의 영화제 중 10개만이 그나마 축소된 지원을 받게 되었고 나머지 영화제는 단 한 푼의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진위의 예산 삭감을 결정한 정부는 한국영화계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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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개최된 베를린 영화제에서 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늘 개최되었던 ‘한국 영화의 밤’ 행사가 개최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개최되고 있는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전주영화제나 부산영화제 등에서도 ‘한국 영화의 밤’ 행사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영진위 측은 “예산 삭감으로 인해 한국 영화의 밤이 개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의 밤’과 같은 행사는 한국 영화인들과 해외 영화인들의 다리를 놓아 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행사로, 주요 영화제에서 영화 강국들은 이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여 자국 영화를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외국 영화인들의 관심이 한국 콘텐츠에 쏠려 있는 이 시기에 돈이 없어서 우리 영화를 홍보도 제대로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쯤 되면 영진위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영진위의 예산 삭감을 결정한 정부는 한국영화계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없는 상황이다. 작은 영화들, 지역 기반 영화들, 다양한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우리나라의 문화 기반이 탄탄해지고 창작 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
진부한 비유 같지만, 문화를 가꾸는 것은 나무를 키우는 일과 같다. 묘목이 자라 풍성한 나무 그늘을 만들고 아름다운 꽃과 맛있는 과일이 열리려면 오랜 시간 동안 물과 비료를 주며 정성껏 돌보아야 한다. 그런데 봄에 묘목을 심고 그해 가을 당장에 과실이 열리지 않는다고 물과 비료를 끊는 것은 아예 나무를, 나아가 숲을 죽이는 일이다. 어떠한 저변도 없는 상태에서 문화가 꽃피울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정말 나라에 돈이 없어서 영화계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가? 뉴스에서는 수천억원, 수조원의 나랏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이 불균형과 부조리를, 영화계의 암담한 미래를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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