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등산 덕분에 여든일곱에도 매일 2시간 산행 거뜬”[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아버지 어머니께서 50대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셔서 제가 유전적으로 단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재무부에 산악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가입했죠. 당시 축구 동호회도 인기가 있었는데 전 축구에 소질이 없어서 못 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 산에서 뛰어논 기억이 있어 등산은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공기 마시며 산을 올라서인지 정말 몸이 달라졌어요. 병원에 다니며 치료해도 밤마다 잠을 못 이루게 절 고생시키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산을 타면서 사라졌죠.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 사람들 많을 때 눈앞에 모기 같은 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도 없어졌어요.”
설 회장의 건강 비결은 꾸준함이다. 말목산악회 등 등산모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비나 눈이 와도 산에 올랐다. 8년 전 재혼한 아내 손인자 씨(56)는 “주위 분들이 괴물이라고 한다”고 했다. 설 회장은 매일 아침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양쪽 다리 전체를 움직여 엄지발가락을 부딪치는 일명 ‘발끝치기’를 1000개 한다. 윗몸일으키기도 60개 한다. 50년간 등산하며 큰 부상이 없었던 배경에 이런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
50년 전 함께 등산을 시작한 회원 중 유일하게 설 회장만 아직도 산을 타고 있다. 그는 “‘느려도 착실하면 이긴다’는 말이 있다. 건강도 길게 보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자신하다 망가지기 쉽다. 건강 지키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회장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머리 대고 물구나무서기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를 주기적으로 한다. 그는 “2년 전 병원에서 골밀도 검사를 받았는데 50대 초반 수준으로 나왔다”고 했다.
설 회장은 아내와 매일 축령산을 2시간 이상 탄다. 그는 “수도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렇게 남양주 수동면처럼 잣나무로 이뤄진 휴양림이 있고, 계곡이 아름다운 곳은 강원도 말고는 못 봤다. 건강을 관리하기 참 좋은 곳이다”라고 했다.
“산에 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무와 꽃, 바위, 계곡의 물…. 자연하고 교류하는 느낌이랄까. 또 산은 늘 변해요.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으로 물들죠. 눈 덮인 산도 예술이죠. 이런 좋은 자연 속에서 걸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죠.”
설 회장은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다. 재무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과 ‘재경(財經)문학회’를 만들어 역시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이 창작한 시와 시조, 수필 등을 묶어 ‘재경문학’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올 초 8호를 발행했다. 그는 수필을 쓴다. 기억력 퇴보를 막기 위해 한자를 다시 공부했고, 4년 전 한국어문회 한자 능력 1급 자격증을 땄다.
재무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설 회장은 국민카드 수석 부사장, IB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등을 지냈고 올 초엔 성균관 고문단(전국 37명) 초대 회장에 선출되는 등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등산으로 다진 체력 덕분에 아직 막걸리 2병도 마신다”며 “100세 넘어서도 산을 타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로의 이원석 “사직도 귀하게 써야 될 상황 있어… 나갈 때까지 의무 다할 것”
- [단독]‘노동당 10국’으로 이름 바뀐 통전부… 北내부선 ‘대적지도국’ 노골적 별칭
- “1000원도 안하던 애호박이 2000원… 외식 줄여도 돈 더 들어”
- 이재명 “대북 송금 조작 사건, 최악의 검찰 조작”
- 김종인 “尹과 한동훈, 조용필 노래 ‘허공’ 비슷…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 정부, ‘무기거래 관여’ 북한인 7명-러 선박 2척 독자제재
- 갑자기 손에 힘이 빠지면서 물건을 떨어뜨리곤 한다
- 尹이 수사한 ‘박근혜 측근’ 정호성, 대통령실 합류
- 경찰, 사고 전 비틀대며 차에 타는 김호중 CCTV 확보…‘만취 판단’
- 정부, 연말까지 ‘전공의 없는 병원’ 대비 “대형병원 전문의 중심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