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회피 노려 친정팀 ‘뒤통수’…꼼수 이적 의심

황민국 기자 2024. 5. 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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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먹는 이대성 삼성행 Q&A 분석
이대성이 지난 22일 서울 KBL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 입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소 2년 해외활동 약속 깨고
배려해준 가스公 배신…팬 분노
해외도전 진정성까지 도마에


해외 진출 1년 만에 KBL로 돌아온 이대성(34)이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대성은 오해를 풀기 위해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오히려 팬심에 불을 지른 분위기다. “삼성에서 새로운 시작을 축하받으면서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한 그가 왜 악동 대우를 받게 됐는지 Q&A로 분석했다.

Q. 이대성의 복귀는 왜 환영받지 못하는가?

A. 이대성이 KBL 제도의 빈틈을 노렸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대성은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해외 진출 의사를 밝혔다. 가스공사는 이대성을 KBL의 다른 구단으로 보낼 경우 거액의 보상금(11억원 혹은 선수 1명+2억 75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선수 본인의 해외 진출 의지 존중의 뜻에서 재계약 권리를 포기하고 완전히 풀어줬다. 이대성이 1년 만에 해외 도전 의지를 접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대성은 KBL 제도에서 발생하는 보상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를 거친 선수로 오해받는다.

Q. 의도한 행동이었나?

A. 이대성은 커리어 동안 해외 진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대학농구(NCAA)에 도전했었고 프로 데뷔 뒤에도 미국프로농구(NBA) G리그에 진출했었다. 이번 해외 진출도 원래는 호주를 노렸다가 일본 B리그로 바꿨다. 이대성은 B리그에서도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포인트가드 포지션에 애착이 강한 이대성은 미카와에선 포인트가드가 아닌 스몰 포워드로 뛰어야 했다. 이대성은 “미카와에 포인트가드로 뛸 기회를 달라고 타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더 뛰는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복귀 때 가스공사가 아닌 삼성으로 입단했다는 사실이다. 이대성은 “가스공사는 가드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도 많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면서 “FA를 신청한 다음 날부터 가스공사에 연락해 사과를 드린 뒤 삼성과 협의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해 (삼성이 가스공사에)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Q. 이대성의 삼성행이 탬퍼링(사전 접촉)이라는 의혹도 있는데?

A. KBL 규정에 따르면 구단 및 선수는 FA 공시일 전까지 계약 교섭을 위한 일체의 접촉을 할 수 없다. 이대성은 지난 5일 FA를 신청했고, 다음 날 가스공사에 삼성과의 협상을 통보했다고 밝혔기에 탬퍼링이 의심된다. 이대성은 “삼성행 이야기는 김효범 (삼성) 감독님과 이전부터 친한 사이기도 하니 말 안 해도 되는 정도”라고 해명했다.

탬퍼링 위반으로 징계를 줄 정도의 명확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계약 교섭으로 간주하려면 연봉과 계약 기간이 명확하게 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은 확인된 게 없다. 삼성 관계자는 “감독님과 선수가 지인 관계로 ‘삼성에서 한 번 뛰어볼래?’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면서 “계약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한 것은 FA 자율 협상 기간이었다. 이대성은 계약 미체결 선수 상태였기 때문에 탬퍼링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Q. 이대성이 억울한 대목은 없나?

A. 이대성은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해외 도전을 천명하면서 자신을 배려한 가스공사에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힌 부분에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과 계약할 때 보상책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가스공사는 당시 이대성과 관련해 임의해지와 은퇴, 계약 미체결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이대성 본인도 가스공사에 임의해지를 먼저 제안했다. 임의해지는 계약을 맺은 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고, 무조건 가스공사로 돌아와 다시 연봉 협상을 해야 한다. 은퇴는 KBL에선 가스공사 허락 없이는 코트에 돌아올 수 없는 조건이다. 가스공사는 계약 미체결이라는 구속력 없는 결정으로 이대성에 대한 권리를 모두 잃고 말았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대성이 최소 2년간 해외 진출을 한다고 약속했다”며 “2년 뒤에는 선수 본인이 보상이 발생하지 않는 나이(35세 이상)가 되기에 굳이 이대성을 묶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농구계에서는 가스공사가 보다 세밀한 행정적 조치를 취했다면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Q. 이대성의 바람대로 삼성은 가스공사에 보상할 수 있을까?

A. 가능성은 희박하다. 보상 근거도 현재로서는 없다. 삼성 관계자는 “계약 미체결 선수를 데려왔는데 구단이 선수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면서 “선수의 바람대로 가스공사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지만 보상을 검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Q. KBL이 제2의 이대성을 막으려는 조치를 취할까?

A. KBL에선 이대성을 계기로 해외 진출과 관련된 제도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KBL이 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현 FA제도가 선수들의 기존 취지와는 반대로 자유로워지는 흐름을 막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아쉽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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