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어? 나 이런 사람이야 [책이 된 웹소설: 퇴사한 피디가 천재 작가였다]

김상훈 기자 2024. 5. 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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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피디가 천재 작가였다
음악천재는 퇴사합니다
용사파티 버림받은 사제
ㅈ처음부터 열정을 잃었던 회사원은 없다.[사진=펙셀]

최근 '조용한 퇴사'라는 표현이 사회현상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퇴사하지 않지만 업무를 최소한으로 처리하며 회사에 기여할 의지가 없는 상태를 뜻한다. 지난 3월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명 중 1명은 조용한 퇴사 상태라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연봉ㆍ복지에 불만족해서'라는 답이 32.6%였지만, '일하는 것 자체에 열의가 없다'는 답변 또한 30%에 달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조용한 퇴사 상태였을 리는 없다. 입사 초기에는 중요한 업무를 맡아 회사와 자신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랐을 거다. 하지만 연봉부터 보상, 사내 정치, 대우 등이 열정과 열의를 꺾어놨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일개 톱니바퀴가 아니길 바라는 욕망은 웹소설에서 '퇴사 후'로 시작하는 '직업물'이나 '추방물' 형태로 드러난다. 둘 모두 주인공이 기존 직장을 떠나면서 생기는 사건을 다룬다.

'퇴사 후' 유형의 웹소설은 그만두고 벌어지는 화려한 새출발이 중심이다. '런치' 작가의 「퇴사한 피디가 천재 작가였다」는 작품 제작 기회를 잃은 방송국 PD가 드라마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주인공 '박기유'는 7년 동안 방송국에서 일하며 자신의 드라마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8개월간 준비한 작품을 부당한 이유로 입사 동기에게 빼앗기자 분노를 참지 못해 퇴사한다. 이후 특별한 연필을 얻은 주인공은 사극의 각본을 쓰게 되며 드라마 작가로 크게 성공한다.

'에레스' 작가의 「음악 천재는 퇴사합니다」는 천재성을 각성한 주인공이 작곡가로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중소기업의 대리로 빈궁하게 살던 주인공 '최동희'는 우연히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꽃피운다. 인터넷에 올린 곡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가수의 신곡으로 쓰이고 본격적인 작곡가의 길을 걷는다.

'추방물' 또한 소속집단에서 벗어나 성공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후 한국에 자리 잡았는데, 주인공의 성공뿐만 아니라 기존 집단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일반적인 플롯을 살펴보면 모종의 이유로 주인공이 집단을 떠난다.

이후 주인공이 집단에서 훨씬 중요한 인물이었음이 밝혀지고, 이전 집단의 구성원들은 주인공을 떠나보낸 걸 후회한다. 승승장구하는 주인공과 무너지는 이전 집단 구성원들을 대비하기 때문에, '후회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사진=노벨피아·문피아·Ardeo 제공]

'너울2' 작가의 「용사파티 버림받은 사제」 또한 추방물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사제인 '카일'은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구성된 '용사 파티'에서 추방된다. 그가 믿는 신이 보잘것 없고 성자를 영입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추방된 카일은 시골로 내려가 소박한 삶을 시작한다. 한데 카일을 추방한 파티 구성원들은 성자와 함께한 후 카일이 실제로 더 큰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앞선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건 많은 이들이 소속된 집단에서 좌절감과 무력감을 경험하기 때문일 거다. 열정과 노력에 비해 대우받지 못하거나 기여한 만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집단에 실망한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은 간접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회사를 떠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기존 조직에서 벗어나 재평가받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다. 이 또한 웹소설의 묘미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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