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수행중 뇌출혈’ 쓰러진 국장, 휴직 만료로 외교부 떠난다
후유증으로 의사 표현 못해
지난 4월 말,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외교부 고위 간부들이 서울 강남 외곽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 이들이 찾은 사람은 2018년 11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하다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던 김은영(54) 전 남아시아·태평양 국장이다. 외교부 입부 동기로 현재 유럽 지역 대사인 김 국장의 남편이 재외공관장 회의차 일시 귀국한 것을 계기로 다 함께 위문을 간 자리였다. 김 국장은 의식불명 상태였다 깨어났지만 후유증으로 여전히 의사 표현을 못한다. 하지만 이날 과거 함께 근무했던 간부를 한동안 응시했다고 한다. 그를 종일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이들에게 “남편이 오면 기뻐하는 얼굴이고 예전 동료들이 와도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국장이 쓰러진 지 5년 6개월이 지났다. 외교부 간부들은 그동안 ‘공무상 질병 휴직’을 얻어 치료 중이던 김 국장이 올해는 ‘퇴직’ 처리돼 외교부를 떠나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 병원을 찾았던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상 질병 휴직 기간을 3년 이내로 하되 의학적 소견 등을 고려해 2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최대 5년의 휴직 기간이 지난 1월 말로 끝났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퇴직 처리를 미루고 인사혁신처와 협의하며 김 국장을 더 지원할 방안이 있는지 모색해 왔지만 현행법으로는 한계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8년 당시 김 국장은 문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수행차 출국했다가 5박6일 간의 순방 일정을 절반쯤 마친 11월 16일 호텔 방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아침, 저를 수행해 왔던 외교부 남아태 김은영 국장이 뇌출혈로 보이는 증세로 방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현재 의식이 없다”며 “과로로 보인다. 매우 안타깝다”고 이를 알렸다.
김 국장은 쓰러지기 불과 8개월 전 인사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양자 외교’를 담당하는 지역국 국장직에 임명된 인재였다. 1993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듬해 외시 28회를 거쳐 1994년 외교부에 입부했다. 2001년에는 1970년생 동갑, 외교학과 89학번 동기에 외시까지 나란히 합격한 남편과 결혼했다.
입부 후 주태국 1등 서기관, 서남아태평양과장, 시드니대 국제안보연구소 객원연구원, 호주 주재 참사관, 남아태국 심의관 등을 거친 김 국장은 동남아, 인도, 호주 등 35국을 담당하던 남아태국 업무를 꿰고 있었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그는 2018년 11월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에서 연달아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APEC 정상회의 등의 실무 준비를 했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 언급돼 논란 중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도 담당 국장으로서 책임졌다. 그런 김 국장이 쓰러지자 일부 외교부 동료는 1주일 새 겹친 문 대통령의 순방과 김 여사의 출장을 모두 준비하느라 과로한 것이 원인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쓰러진 직후 의식불명 상태로 싱가포르 현지 병원에 후송된 김 국장은 “뇌압이 높아 위급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한 달여 후 다행히 상태가 안정되면서 ‘에어 앰뷸런스’(응급 의료 전용기)를 통해 한국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그러나 뇌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고,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 왔다. ‘질병상 공무 휴직’은 봉급이 전액 지급되기 때문에 그동안은 봉급으로 간병비를 대왔지만, 퇴직 후에는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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