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공' 쳤는데…박성제, 오구플레이로 실격

서재원 2024. 5. 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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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다.

실격 사유는 2년 전 국내 골프계를 떠들썩하게 한 '오구(誤球) 플레이'였다.

골프 규칙 6.3c항에 따르면 오구 플레이를 한 뒤 경기 도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면 2벌타가 부과되고, 그린을 떠날 때까지 바로잡지 않으면 실격 처리된다.

박성제가 다음 홀인 5번홀에서 티샷 전에 오구 플레이에 대한 2벌타를 받았다면 실격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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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리브챔피언십 1R
첫번째 티샷 숲으로 날아가자
잠정구 쳤는데 결국 원구 찾아
원구 대신 잠정구 치다가 실격
LPGA 윤이나는 남의 공 쓰다
1년반 동안 출전 기회 못 얻어
박성제가 23일 KPGA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 1라운드 5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제공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다. 골퍼가 스스로 심판 역할을 하면서 플레이해야 한다. 그래서 규칙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룰을 숙지하지 않은 채 플레이를 이어가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23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1라운드에서 박성제(30)가 그랬다. 2020년 KPGA투어에 데뷔해 5년 차를 맞은 그는 이날 4번홀(파4)을 마친 뒤 실격 처리됐다. 실격 사유는 2년 전 국내 골프계를 떠들썩하게 한 ‘오구(誤球) 플레이’였다.

 ○윤이나로 유명해진 ‘오구 플레이’

오구 플레이는 경기에서 잘못된 공을 사용했을 때를 말한다. 골프 규칙 6.3c항에 따르면 오구 플레이를 한 뒤 경기 도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면 2벌타가 부과되고, 그린을 떠날 때까지 바로잡지 않으면 실격 처리된다.

우리에게는 윤이나(21)로 인해 잘 알려진 규칙이다. 202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로 인기를 끌었던 윤이나는 그해 6월 오구 플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렸는데, 공을 러프에서 찾았다며 경기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후 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그대로 경기를 이어갔다.

한 달 뒤에야 위반 사실을 대한골프협회(KGA)에 신고한 윤이나는 KGA와 KLPGA로부터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 기간이 1년6개월로 감면돼 윤이나는 지난달 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을 통해 복귀할 수 있었다.

 ○윤이나와 다른 박성제의 실격

박성제의 오구 플레이는 윤이나의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 다른 사람의 볼을 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박성제는 이날 4번홀에서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나 숲으로 날아갔다. 반면 프로비저널(provisional) 볼, 이른바 잠정구는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박성제는 이후 숲에서 원구를 찾았지만 볼이 놓인 자리가 다음 샷을 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려고 해도 두 클럽 이내에는 볼을 드롭할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박성제는 원구를 포기하고 프로비저널 볼을 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원구를 찾은 순간 프로비저널 볼은 ‘볼 데드(ball dead)’, 즉 무효볼이 된다.

따라서 박성제는 마치 공이 워터 해저드에 빠졌을 때처럼 볼을 직후방으로 원하는 만큼 보낸 뒤 그 자리에서 세 번째 샷을 해야 했다. 두 클럽 이내에 볼을 드롭하더라도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아니면 티샷한 자리로 돌아가 1벌타를 추가하고 세 번째 샷을 해야 했다. 권청원 KPGA투어 경기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박성제의 오구플레이는 포어캐디가 경기위원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고, 이후 박성제에게 위반 사실을 확인받아 이뤄졌다”고 했다.

박성제가 다음 홀인 5번홀에서 티샷 전에 오구 플레이에 대한 2벌타를 받았다면 실격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오구 플레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6번홀까지 경기를 이어가다가 실격됐다. 권 경기위원장은 “박성제는 해당 규칙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골프 규칙에 명확히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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