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2030년 입주? 업계 "어려울 것"
착공전 분담금 논의 해야 지적도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고, 신축 아파트 4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2027년 재건축을 착공해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속도전을 펼치더라도 일정상 2030년 입주가 불가능하며, 건설 공사비 상승으로 원활한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월 중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하고, 2027년 이들 단지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입주 목표는 2030년이다.
선도지구는 연내 선정 직후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해 내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을 거치게 된다. 선도지구 규모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4000가구 등 총 2만6000가구다. 여기에 각 지역별로 1~2개 구역을 기준 물량의 50% 이내로 추가 선정할 수 있어 최대 3만9000가구까지 선정될 수 있다.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1기 신도시 내 4만여 가구가 약 5년 안에 신축되는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날 개최된 간담회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후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하면 2030년 입주가 가능하다"며 "2027년에 착공이 이뤄지면 물리적인 건축 공사를 3년 내에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1기 신도시 재건축 아파트를 2030년까지 준공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난 2022년 초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아파트 공사 기간을 사고 이전보다 1년 이상 길게 잡고 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전까지 건설업계 아파트 공사 기간은 평균 36개월(3년) 수준 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사 기간을 48개월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는 짧은 공사 기간을 건설현장 사고의 제1 원인인 것으로 보고, 안전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용적률이 완화되면 재건축 최고 층수는 높아지게 되는데, 층수가 높은 아파트는 당연히 공사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며 "그런데도 공사 기간을 평균보다 단축 시키라는 것을 실현 불가능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주 단순한 형태의 '성냥갑'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닌 이상 3년 내로 공사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며 "이는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 기준을 강화하라는 정부 메시지와도 반대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재건축 분담금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착공·입주 시기를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서울 주요 현장에서도 건설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높은 분담금이 예상될 경우 사업 추진이 아예 멈춰버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세대당 분담금이 5억원이 넘을 것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재건축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업성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1기 신도시에선 제대로 된 수지 분석이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재건축 분담금 규모가 논의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착공·입주 시기를 먼저 논하는 것은 추후 혼란으로 작용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진행되더라도 이들 단지가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고양시 일산동구·서구는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내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값이 반등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컨설팅 소장은 "정부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단지 2030년 입주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여의도 재건축만 하더라도 용적률 혜택을 그렇게 받고도 사업 진행이 지연되는 곳이 태반인 점을 고려하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일정대로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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