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특허 소송 건 삼성 前임원 美서 철퇴

옛 부하직원 통해 기밀 빼돌려
텍사스지법 "소송 자체가 불법"
"재소송도 절대 불가" 못박아
한국 검찰 수사도 진행중

삼성전자의 전직 임원이 삼성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제기한 특허소송에서 미 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삼성 전직 임원 측에 재소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까지 적시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미 특허 관리 기업인 '시너지IP'와 특허권자인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시너지IP는 삼성전자의 '특허 수장'이었던 안승호 전 부사장이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테키야가 보유하고 있는 오디오 녹음장치 등 특허를 삼성이 무단 도용해 무선 이어폰과 음성 인식 기능 등에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이 소송이 심각한 불법행위와 부정한 방법(Unclean hands)으로 제기됐다고 판단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특허 침해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가 불법적으로 제기됐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소송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판결문에 명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안 전 부사장은 한국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미국 법원은 한국 검찰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조서도 제출받아 판결의 근거로 활용했다.

법원은 이번 특허소송이 불법적으로 삼성의 기밀 자료를 도용해 제기된 것으로 판단했다. 안 전 부사장 등이 삼성 내 옛 부하 직원과 공모해 소송 전후 테키야 관련 기밀 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안 전 부사장이 삼성 내부 기밀정보를 활용해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한 행위는 변호사로서 삼성에 대한 성실의무를 위반하고 변호사와 의뢰인의 특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안 전 부사장 등의 행위를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명시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불법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해 재소송이 불가능한 기각 판결이 사법 정의를 최선으로 구현하는 적합한 구제책이라는 것이 법원 측 판단이다. 이와 함께 안 전 부사장 등의 부정한 행위가 캘리포니아·뉴욕주 변호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전달하라고 명령했다.

판결문에는 안 전 부사장이 삼성의 테키야 측 현황 보고 주요 내용을 소송 자금 투자자인 중국계 '퍼플바인IP'와 테키야 측 특허소송 로펌 등에 공유했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해당 자료를 활용해 소를 제기하는 등 공동 부정 사용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증언 녹취 과정에서 이 같은 자료의 부정 취득 사실을 부인하며 삼성 내 특허 담당 직원과 관련 증거를 삭제하기 위한 '안티 포렌식' 앱 설치를 시도했다고 판결문은 언급했다.

[최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