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슈팅 막은 게 정말"...'PL 4연패' 실바의 잊지 못할 순간 "그냥 시계만 쳐다봤다"
[OSEN=고성환 기자] 베르나르두 실바(30, 맨체스터 시티)가 잊지 못할 순간으로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의 발끝에 가슴 졸였던 기억을 꼽았다.
영국 '맨체스터 시티 뉴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실바는 골키퍼 오르테가가 손흥민의 슈팅을 막아내는 걸 보며 2019년 뱅상 콤파니의 레스터 시티전 놀라운 득점을 떠올렸다"라고 보도했다.
실바는 최근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프리미어리그(PL) 4연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2023-2024시즌을 되돌아봤다. 그는 어느덧 당연해진 리그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비롯해 여러 질문을 받았다.
실바는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곧바로 토트넘전 손흥민의 슈팅 장면을 언급했다. 그는 "손흥민의 슈팅을 막아낸 오르테가의 선방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당시 내 마음은 이랬다"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순간적으로 막기를 포기하고 하늘의 뜻에 맡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실바는 "난 그저 시계만 보고 있었다. '손흥민이 정말 득점한다면 우리에게 아직 추가골을 넣을 시간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진행자가 "손흥민이 일대일 상황에서 위험한 선수라서 그랬나?"라고 물었다. 실바는 고민도 하지 않고 "(손흥민은) 너무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 골키퍼가 믿을 수 없는 선방을 해냈다. 우승을 얻기 위해선 선수들의 특별한 순간이 필요했다.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라고 답했다.
만약 손흥민의 슈팅이 맨시티 골망을 갈랐다면 2023-2024시즌 PL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아스날이었을 수 있다. 맨시티는 승점 2점 차로 간신히 아스날의 추격을 뿌리치고 왕좌에 올랐기 때문.
지난 15일 열렸던 토트넘전이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당시 맨시티는 엘링 홀란의 선제골로 앞서 가고 있었지만, 후반 41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맨시티 킬러' 손흥민에게 뒷공간을 허용하며 일대일 기회를 내준 것.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실점을 직감한 듯 뒤로 발라당 쓰러졌다.
하지만 수문장 오르테가가 손흥민의 슈팅을 완벽히 막아내며 리드를 지켰고, 맨시티는 추가시간 홀란의 멀티골에 힘입어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주전 수문장 에데르송의 부상으로 급하게 투입된 후보 골키퍼 오르테가가 맨시티와 아스날의 운명을 바꾼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맨시티는 최종전에서 웨스트햄을 잡아내며 역사상 최초로 PL 4연패를 달성했다.
실바는 오르테가의 선방 장면을 보며 과거 콤파니의 골을 떠올리기도 했다. 맨시티는 지난 2019년 콤파니의 극적인 대포알 슈팅으로 레스터를 물리치며 1점 차로 리그 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실바는 "비슷했다. 난 레스터전을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너무 어려운 경기였다"라며 "그 골은 우리를 구했고, 매우 중요했다. 비슷한 종류의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마법의 순간'을 만들어 낸 오르테가는 'PL 올해의 게임 체인저'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PL은 "에데르송의 부상으로 후반 25분 교체 투입된 오르테가는 데얀 쿨루셉스키의 두 차례 슈팅을 막아냈다. 그리고 손흥민과 일대일 대치 상황에서 PL 역사에 남을 매우 중요한 선방을 보여줬다. 성공하지 못했다면 아스날이 우승했을지도 몰랐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당시 토트넘전을 마친 뒤 과르디올라 감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르테가가 아니었다면 아스날이 챔피언이 됐다. 그게 현실이다. 차이는 정말 적었다. 오르테가가 정말 믿을 수 없는 선방을 보여줬다. 재능 있는 그는 일대일 상황에서 내가 본 골키퍼 중 최고의 골키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손흥민으로서는 너무나 뼈아픈 빅찬스미스였다. 맨시티전 패배로 실낱 같던 4위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 손흥민은 화난 아스날 팬들이 퍼붓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나도 사람이다. 골키퍼가 정말 좋은 판단을 내렸고, 중요한 선방을 했다. 나도 골을 넣지 못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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