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천리길 철도지하화도 첫걸음부터

2024. 5. 23. 17: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 참여하던 무렵이다.

부산을 관통하는 철도망 지도를 펼쳐놓으니 유독 눈에 걸리는 철도가 있었는데, 바로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경부선과 동해남부선이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철도 전문기관과 도시 전문기관이 역할을 나눠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LH는 이미 올해 초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여 주요 철도 노선별 상부 구간과 주변 기존 도심지의 연계 정비 방향을 구상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 참여하던 무렵이다. 부산을 관통하는 철도망 지도를 펼쳐놓으니 유독 눈에 걸리는 철도가 있었는데, 바로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경부선과 동해남부선이었다. 부산 지역경제는 경부선, 동해남부선과 더불어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철로에 의해 생활구역은 삼등분으로 쪼개졌고, 철로 인근 지역은 소음과 단절로 제약받고 있었다. 도시를 단절하는 철로를 지하로 옮기고 그 위 생활 공간을 온전하게 연결하는 구상을 처음 하게 된 계기였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선거철마다 크고 작은 철도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철도를 지하로 보내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흔히 철도 지하화의 사례로 경의선 숲길을 거론하나, 경의선 숲길은 용산선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면서 남게 된 폐선 구간에 숲길을 조성한 것이다. 운행 중인 메인 철로를 지하로 옮기는 동시에 상부를 개발하는 사업은 차원이 다르다. 기존 지상에 다니던 기차는 운행을 계속하면서 깊은 심도의 지하에는 대체 선로를 깔아야 한다. 도심을 관통하는 깊이 40m 이상의 터널 공사가 수반되며, 안전한 철도 건설뿐만 아니라 기존 철도 운행에도 차질이 없는 공법과 공기(工期)가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철도 지하화는 막대한 재원과 자원이 소요되는 국가적 사업이다. 노선에 따라 지하화 공사에만 ㎞당 최소 1500억원에서 최대 4500억원이 필요해 5㎞만 지하화해도 7500억원에서 2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소요 재원을 국가 재정 부담 없이 조달하기 위해서는 상부 공간의 개발이익을 활용해야 한다. 철도는 선형 용지여서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철도 상부 용지와 인접 노후 도심 지역까지 크게 묶어 용도와 밀도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는 '화이트존'으로 지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직면과 수평면을 연계한 복합개발로 개발 효과를 극대화하고 개발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1월 이러한 구상을 담아 '철도지하화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대략적인 구상만 보아도 단김에 쇠뿔 빼듯 할 수 없는 사업이다. 전 노선을 일시에 지하화할 수 없기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노선을 선택하여 집중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올해 안에 선도지구 선정을 목표로 한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사업에 민간부문이 선뜻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추후 개발이익을 공공부문으로 환수하기 위해서도 결국 공기업에서 첫발을 떼야 한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철도 전문기관과 도시 전문기관이 역할을 나눠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LH는 이미 올해 초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여 주요 철도 노선별 상부 구간과 주변 기존 도심지의 연계 정비 방향을 구상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하고 있다.

경부선만 따져보아도 천 리가 조금 넘는 길이다. 대한민국 성장 동맥이 돼온 천 리 길 철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새로운 변화 앞에 서 있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성공 사례를 향한 흔들림 없는 첫걸음이다.

[이한준 LH 사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