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소속사 본부장이 삼킨 '메모리카드' 살릴 수 있나?…의사 판단은

정심교 기자 2024. 5. 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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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뺑소니 혐의와 음주 운전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 2024.5.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음주운전 뺑소니 의혹을 받는 가수 김호중(33) 씨와 소속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내일(24일) 진행되는 가운데, 김 씨의 소속사 본부장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삼켰다"고 주장하면서 증거 인멸 의혹이 일파만파 커졌다. 만약 삼킨 게 사실이라면, 메모리카드가 현재 본부장의 몸 안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을까?

기자가 응급의학과 교수 2명에게 물어본 결과 "5월 9일 사고 직후 메모리카드를 삼켰다면 지금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위 내벽이나 장벽에 붙어있을 가능성도 드물지만 있다"고 답했다.강형구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통 삼킨 음식과 이물질은 크거나 뾰족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그다음 날 대변을 통해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드물게 위 내벽, 장벽에 달라붙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영상 검사에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SD카드'로도 불리는 메모리카드는 금속(칩)과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된다. 만약 메모리카드를 삼켰다면 엑스레이 검사에서 금속을,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 플라스틱과 금속을 찾아낼 수 있다.

혹시 삼킨 SD카드가 식도→위→장을 거쳐 대변으로 나왔다면 메모리카드 칩은 손상됐을까? 강형구 교수는 "칩의 금속 성분이 위 속에서 위산과 뒤섞이면 산-알칼리 반응을 거쳐 부식됐을 테지만, 머무른 시간이 짧았다면 대변으로 나온 메모리카드의 칩이 읽힐 수 있다"며 "삼킨 메모리카드가 몸속을 통과했다고 해서 '100% 망가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물에 빠진 메모리카드를 잘 말리면 정상 작동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이를 입증한다는 것.

블랙박스에 장착하는 메모리카드는 SD카드 중에서도 작은 '마이크로SD카드'로, 그 크기가 가로 15㎜, 세로 11㎜, 두께 1㎜다. 강형구 교수는 "비록 마이크로SD카드의 사이즈가 작더라도 금속 물질은 부식물을 만들어 독성을 일으킬 수 있어 몸에서 제거하는 게 원칙"이라며 "고의든 실수든 금속 물질이 있는 SD카드를 삼켰다면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 촬영을 6시간마다 하는 등 위치를 추적해 대변으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SD카드 이미지. 해당 제품은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삼킨 이물질이 비록 크지는 않더라도 날카롭고 뾰족한 경우 식도·위·장의 점막에 상처를 내고 천공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마이크로SD카드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크기가 작지만, 동전과 달리 뾰족하고 모서리가 있어 자칫 천공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며 "이런 이물질을 삼켰다면 아무리 작더라도 대변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병원을 찾아 위치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물질을 고의로 삼켰다가 잘못되는 사례는 '증거 은닉형 범죄'에서 종종 발생한다. 양혁준 교수는 "간혹 마약류를 밀반입하려고 고무 재질의 콘돔에 마약류를 넣고 먹었다가 위산, 장내 소화효소 등으로 인해 녹으면서 터진 후, 결국 마약에 다량 중독돼 사망한 사례가 적잖았다"며 "해선 안 될 일"이라고 경고했다.

삼킨 이물질이 생선 가시, 못, 바늘처럼 폭은 좁지만 기다란 경우 몸에 미칠 영향은 '복불복'이다. 바늘을 삼켜도 소화기관을 따라 세로로 길게 통과한다면 특별한 증상 없이 대변으로 나오기도 한다. 강형구 교수는 "집착이 심한 편집증 환자이거나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 가운데 바늘을 계속 먹어 대장에서 바늘이 200개가량 발견된 환자 사례도 있었다"며 "다행히 바늘이 통로를 따라 움직여 점막에 손상을 가하지 않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물질이 가로로 폭넓게 들어갈 경우 식도를 뚫어 흉강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위·장 점막을 뚫어 복막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동태 가시를 잘 바르지 않고 먹었다가 가시가 목구멍은 통과했지만, 식도를 뚫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고 한다. 양혁준 교수는 "고의든 실수든 이물질을 삼켰다면 대변으로 나올 것이라 임의로 여겨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 이물질의 종류와 크기,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며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김호중 씨가 사고를 낸 지난 9일 전후로 탄 차량 3대 중 2대에 해당 시점 기준 블랙박스에 메모리카드가 없었던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의 차량 2대의 블랙박스에는 메모리카드가 없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22일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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