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에 ‘선구제 후회수’…정부는 여전히 반대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특별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큰데, 정부는 여전히 반대입장이 확고하다. 취지는 좋지만 재원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실현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부조차 기존 특별법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타는 피해자들은 오는 24일 서울·부산·대전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동시다발 집회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23일 한국부동산원 서울 강남지사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종합토론회’를 열었다. 국토부가 전세사기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이날도 개정안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정부가 선구제 후회수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원이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에게 ‘잠시 빌린 돈’에 해당하는 주택도시기금을 ‘선구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2021년 49조원에서 2024년 3월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선구제’ 자금인 주택도시기금이 적정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후회수는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무주택 서민이 청약을 위해 잠시 맡겨둔 돈을 재원으로 활용하게 되면 다른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채권을 얼마에 매입할지 결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사가 ‘공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채권을 매입한다고만 명시할 뿐, 구체적인 방법론까지는 정하지 않았다.
최우석 HUG 경·공매 지원센터 팀장은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는 정부의 ‘회수 예상액’을 넘어선 안되는데, 경·공매를 통한 예상낙찰가율은 지역·용도·시장상황별로 편차가 큰데다 선순위 채권이 얼마인지 산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채권 매입이나 재원 조달의 ‘디테일’이 모호한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1대 국회 내 개정안 통과’를 공언하고 있고, 법안은 통과 후 한 달 뒤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정부가 관련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 시간이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야 실무 절차 수립에 착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에만 40일이 걸린다”며 “특히 ‘선구제’에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하려면 기금운용계획을 재수립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국회 본회의 승인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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