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감독 선임 과정 불신만 키운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변명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축구 팬들은 정 위원장의 무책임한 태도와 협회 행정의 난맥상에 분노하면서 전력강화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공개된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감독 선임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1순위였던 제시 마시 현 캐나다 감독은 국내 상주 문제로 난색을 보였고, 2순위였던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은 이라크 협회의 강한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전했다. 특히 마시나 카사스 선임 실패에 대해 “무조건 수락할 줄 알았다”는 정 위원장의 발언은 축구 팬들의 공분을 샀다.
안일한 태도도 문제지만 전력강화위가 연봉 수준이나 의전 지원 등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만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위원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모두 전하는 말과 추측에 의존하고 있다. 협상을 하는 조직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한 이전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 체제와 달리 현 전력강화위는 감독 후보자와 협상 권한이 없다. 실상은 감독 후보를 추리고 면접 등을 통해 감독 후보를 추천하는 권한만 있다. 최종 결정은 정몽규 협회장이 한다. 전력강화위로선 협상 권한이 사라지다 보니 후보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가 불가능하고, 후보자들의 대표팀 감독직 수락 의사가 얼마나 강한지 추측하기도 어렵게 됐다.
앞서 협회가 정관 수정을 통해 전력강화위가 쥐고 있던 독립적인 의사 결정 권한을 줄이면서 협회장을 정점으로 한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만 강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독 선임 전권을 쥐고 있던 전력강화위 힘 빼기라는 시각도 있었다.
정 위원장은 황선홍 전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의 대표팀 감독 내정설에 대해 해명하면서 또 다른 논란만 키웠다. 황선홍 감독 내정설을 부인하면서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면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황 전 감독에게만 먼저 기회를 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더 큰 문제는 협회가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한 U-23 아시안컵을 코앞에 둔 황 전 감독에게 A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맡기며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회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지며 탈락해 황 전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대표팀 감독에 도전할 기회마저 뺏겼다.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정 위원장의 해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전력강화위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강화위가 협상도 못 하면서 왜 존재하냐”, “감독 선임 과정이 이렇게 엉망인데 누가 협회를 믿겠냐”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전력강화위는 다음 달 싱가포르,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겠다며 김도훈 전 울산 현대(현 울산 HD) 감독을 임시 사령탑에 앉혔다. 정식 감독은 외국인 사령탑을 우선순위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재원 마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23일 정 회장이 대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 및 지주사 HDC가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파트너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100억원에 육박하는 위약금 지급, 천안축구센터 건립 과정에서 늘어난 공사 비용으로 은행으로부터 300억원대 대출을 받을 정도로 어려워진 협회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8년 벤투 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사회공헌기금이 투입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 회장의 4연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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