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자녀 고달프다… 인천 돌봄공백 ‘학원 뺑뺑이’

박귀빈 기자 2024. 5.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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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委 간담회
돌봄교실 이용 ‘하늘의 별따기’
참석자들 “아이 맡길 곳 없어”
경력 단절·출산 기피 악순환
유 시장 “효과적인 정책 마련”
23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인천시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생, 인천시민의 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한 저출생 대응 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귀빈기자

 

“아이를 낳아도 부담 없이 키울 수 있는 인천을 만들어주세요.”

인천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A씨는 맞벌이 부부다.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돌봄교실을 많이 이용했지만, 2학년 진학과 동시에 우선순위에 밀려 돌봄교실 이용이 어렵다. 결국 A씨가 직장에 있는 동안 아이는 학원을 전전할 수 밖에 없다. A씨는 “갑작스럽게 아이를 맡겨야하는 상황에서도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없다”며 “아이를 돌봐줄 곳이나 사람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김미란씨(41)는 한부모 워킹맘이다. 현재 육아 휴직을 쓰고 있는 김씨는 곧 회사로 복귀해야하는 처지다. 최근 김씨는 하교 이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아이가 일하는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을 알아보고 있다. 김씨는 “방과후학교 참여 시간이 아이의 하교 시간과 맞지 않아 고민”이라며 “이제 1학년이라 도움이 필요한데 딸이 학교를 마치고 혼자 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23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인천시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생, 인천시민의 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한 저출생 대응 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귀빈기자

인천은 물론 전국적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돌봄 공백은 여성의 경력 단절 등으로 인해 결국 출생에 대한 기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3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저출생 인천시민의 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한 1차 저출생 대응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청년과 신혼부부, 임산부, 유자녀 가정, 기업체 등 5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 맡아줄 곳이 없어 방과후 및 학원 뺑뺑이를 도는 등 돌봄 공백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이에 따른 초등학생들의 돌봄교실 확대 운영 및 육아 휴직 확대, 유연근무제 등을 건의 하기도 했다. 인천의 합계출산율은 0.69명으로 서울과 부산에 이어 3번째로 낮다.

이날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오는 2학기부터는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확대, 2027년까지 전학년이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생애주기별로 결혼, 임신, 출산, 양육, 보육, 교육 등 생애주기별 국가 지원 현금적 지원, 서비스적 지원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주 부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육아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이 이뤄질 경우 필요한 대체 인력에 대한 인력 증원 제도가 없었다”며 “오는 9월 인력 지원금 제도를 신설 등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아이키우기 좋은 여건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저출생 문제는 인천 뿐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라며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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