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캡슐'은 부족해…바리스타 되는 가장 쉬운 방법

김아름 2024. 5. 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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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 140만원대 에스프레소 머신 출시
소음·세척 편의 등 기본 기능에 충실해
캡슐커피 맛에 불만족한 소비자가 타깃
유라 ENA4 커피머신(왼쪽)과 네스프레소 버츄오 캡슐 머신(오른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홈카페 전성시대

코로나19는 삶의 많은 풍경을 바꿔놓았다. 더이상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유난하다 말하지 않는다. 식당이든 백화점이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손 소독제가 비치돼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습관이 몸에 밴 듯 하다.

집 안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주방이다. 이른바 홈쿡, 집밥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생전 요리를 하지 않던 사람들이 주방 앞에 서서 칼을 잡는다. 초보 요리사를 돕는 밀키트와 에어프라이어는 주방 필수품이 됐다. 

사진제공=유라

큰 변화는 하나 더 있다. 바로 '홈카페' 트렌드다. 그렇잖아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커피 마니아들이다. 한국인 1인이 1년에 마시는 커피의 양은 평균 405잔에 달한다. 전세계 평균의 2배가 훌쩍 넘는 양이다. 코로나19로 카페 방문이 봉쇄됐어도 커피는 마셔야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카누'로 대표되는 인스턴트 커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카페에 갈 수 없게 되자 캡슐 머신이 뜨기 시작했다. 간편하게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탈리아식 커피를 내리는 '모카포트'도 유행했다. 그 다음은 '진짜' 에스프레소의 시간이다. 수백만원이 넘는 고가 머신 일색이었던 에스프레소 머신 시장에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머신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명가 '유라(JURA)'도 이런 홈카페 트렌드에 올라탔다. 일반 가정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기존 500만~1000만원대 머신 대신 100만원대 머신을 내놨다. 유라의 기술력이 카누와 캡슐 머신에 만족하던 홈카페족들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유라 ENA4' 머신을 사용해 봤다.

있을 건 다 있다

유라 ENA4머신은 유라가 취급하는 에스프레소 머신 중 가장 저렴하다. 공식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정가가 175만원, 할인을 포함하면 14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유라의 기존 모델들과 비교하면 가정 보급을 위해 상당한 코스트다운에 나섰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능은 충실하게 갖췄다. 첫 잔부터 적정온도에 맞춰 내릴 수 있도록 물을 미리 데우는 스마트 예열 기능, 추출 전에 분쇄된 원두를 미리 적셔 주는 프리 브루잉 아로마 시스템, 추출 후 잔여 원두와 물을 세척해 주는 버큠 클린 시스템 등이 도입됐다.

특히 버큠 클린 시스템은 기기 내부 세척이 어려운 가정용 머신에서는 꼭 필요한 기능이다. 따로 조작할 것 없이 머신을 처음 켤 때와 끌 때 자동으로 세척을 진행하고 물을 배출해 편리했다.

유라 ENA4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습/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2가지를 내릴 수 있다. 1샷 기준 분쇄를 포함 30초 안팎이 걸린다. 준수한 속도다. 각 버튼을 더블 클릭하면 2잔 분량을 내린다. 한 번에 2배 분량을 분쇄해 내리는 게 아닌,  두번에 걸쳐 분쇄·추출 과정을 거친다. 그만큼 원두 고유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다.

기본 세팅이 너무 진하거나 연하다고 느끼면 추출량과 분쇄도 등을 간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커피 농도는 3단계, 분쇄도는 7단계 조절이 가능하다. 추출량은 추출 중 버튼을 눌러 원하는 양을 맞출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 세팅이 '묽다'는 느낌이어서 추출량을 5~10㎖ 줄이니 원하는 맛이 났다.

캡슐 머신 대체할 수 있을까

현재 가정용 커피 머신 시장은 캡슐 커피 머신이 대세다. 유라 ENA4가 가정 내에서 자리를 경쟁해야 할 제품도 결국 캡슐 커피 머신이다. 이 시장의 80% 이상을 네스프레소가 차지하고 있다. 기자도 네스프레소의 신형 머신인 '버츄오'를 몇 년째 사용하고 있다. 유라 ENA4는 캡슐 커피 머신이 차지한 테이블 한 구석을 빼앗을 수 있을까.

우선 맛을 놓고 보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즉석에서 콩을 갈아 바로 내린 커피와 분쇄 후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 동안 창고에 묵힌 캡슐 속 원두에서 내린 커피의 맛이 같을 리 없다. 커피 맛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바로 느낄 수 있는 차이가 있다.

가정용 머신이라면 무시하기 어려운 소음 문제도 꽤 만족스럽다. 원두를 분쇄할 때를 제외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네스프레소 버츄오 캡슐 머신보다 소음이 적었다. 미리 갈아둔 원두가 있더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분쇄 원두 삽입구를 따로 준비한 것도 세심하다.

커피 퍽과 잔수 처리 등 뒷처리도 간편하다. 트레이를 열어 퍽이 모인 통을 비우고 잔수를 버리면 끝이다. 버츄오 머신을 쓰면서 캡슐을 뚫는 추출 핀의 오염이 신경쓰였는데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 했다.

유라 ENA4 커피머신(왼쪽)과 네스프레소 버츄오 캡슐 머신(오른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보급형 머신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다. 아메리카노 기능의 경우 노즐이 하나뿐이라는 게 문제다. 에스프레소를 내린 후 뜨거운 물로 농도를 맞추는 게 아닌, 추출 시간을 늘려 양을 맞추는 방식이다.

추출 시간이 길어지니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에스프레소를 내린 후 정수기 등을 이용해 뜨거운 물을 더한 것과 맛 차이가 있다. 추출 시간이 길어서일까, 아메리카노 기능에는 원두를 미리 적셔 주는 안개분사 시스템도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아메리카노 기능은 초반 1~2회 사용 후 사용하지 않게 됐다.

에스프레소 머신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가격이다. 캡슐 머신들이 10만원 안팎에 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반면 ENA4는 보급형이라 해도 140만원대다.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다만 기기 구입비를 제외한 유지비는 의외로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스틱 커피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캡슐보다는 '잔 당 가격'이 저렴하다. 한 번 구매하면 최소 5년 이상 사용하는 기기라는 점에서 보면 장점이다. 

결국 ENA4 머신의 타깃은 캡슐 머신의 맛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집에서 매일 드립 커피를 마시기엔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도 가격이 부담이라면 계산을 한 번 해 보자. 매일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사람이 1년 동안 사용하는 금액은 총 164만2500원. ENA4 머신 구입비+1년 유지비와 비슷하다.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유라로부터 2주간 대여해 사용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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