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대어’ 에코비트 예비입찰 임박... 금융기관은 시큰둥, 왜?

노자운 기자 2024. 5. 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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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저리 대출하자 손내밀지만
공동주선 타이틀도 안주고, 이익은 안남고
에코비트에너지경주 전경. /에코비트 제공

올해 M&A시장 ‘최대어(最大魚)’로 꼽히는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오는 31일로 예정돼있지만, 원매자들은 물론 인수금융(대출)을 집행해야 할 금융기관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KDB산업은행이 직접 나서 5%대 중반 이상 금리에 인수자금을 빌려주기로 약속한 후 다른 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산은이 너무 낮은 금리를 제시한 데다 ‘공동 주선’ 타이틀을 얻지 못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에코비트 매각을 위해 인수금융 ‘공동 주선사’를 찾고 있는데, 관심을 보이는 기관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다른 기관과 함께 제공하는 인수금융 규모는 1조5000억원이다. 담보비율(LTV)은 60%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매각 측이 생각하는 에코비트의 기업가치를 추산해보면 2조5000억원이 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매각가가 2조5000억~3조원 선에서 정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산은은 에코비트 딜과 관련해 1조5000억원대 스테이플 파이낸싱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원매자들에게 전달했다. 스테이플 파이낸싱은 ‘매도자 금융’을 뜻한다. 매도자가 대출 자문과 주선 등을 미리 집행해 원매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테니, 기업을 인수해 가라고 제안하는 식이다. 해외에선 종종 활용되지만 산은이 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차주 입장에서는 다른 금융기관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LTV나 금리)을 제시하면 스테이플파이낸싱을 이용할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에, 보통은 스테이플파이낸싱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산은이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5%대 중반 이상의 낮은 금리로 인수 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최근 M&A 시장에서 소위 ‘좋은 매물’의 선순위 인수금융 금리가 6%대 중후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산은의 조건은 매우 이례적이다. 스테이플파이낸싱은 누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를 어느 수준 이하로 낮추기 쉽지 않다. 그만큼 산은이 거래 성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테이플 파이낸싱의 특성상 공동주선사는 물론, 신디케이션 참여 기관도 산은과 똑같은 금리로 인수금융을 제공해야 한다. 때문에 금융기관들 입장에선 굳이 산은의 손을 잡을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산은은 알려진 것과 달리 타 기관에 ‘공동주선’ 타이틀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신 주선 수수료 일부를 떼어주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신디케이션(집단대출)을 미리 하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통상 인수금융 주선사는 자사가 받을 주선 수수료 범위 내에서 신디케이션 참가 기관에 수수료를 참여 금액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일각에서는 에코비트 인수금융이 매력이 없는 건 아니나 그렇다고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 금리로만 보면 낮은 게 맞지만, 대기업 대출 금리보다는 높을 수도 있다”면서 “또 폐기물 사업을 인프라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인프라 자산은 금리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5%대 이율이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만약 매각가가 낮아져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EV/EBITDA) 배수가 떨어지고 대출 규모가 적정 수준이 된다면, A0등급 채권과 비슷한 안전 자산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면 5%대 금리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지금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고, 일단 산은이 단독으로 투자확약서(LOC)를 내고 난 뒤 매각가가 확정되면 그때 가서 참여를 고민해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코비트의 예비입찰은 31일 오후 2시까지로 예정돼 있다. 복수의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참여 여부를 고려하고 있으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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