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8일 아기 살해·유기' 부모, 항소심도 징역 7∼8년

재판장 "그림자영아 사건 중에서도 죄질 무거워"

수원지법, 수원고법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얼굴에 덮인 이불을 방치해 생후 88일 된 자녀를 숨지게 한 30대 생부와 20대 생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 및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23일 친부 A씨와 친모 B씨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시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가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생후 88일에 불과한 아이의 얼굴과 전신에 솜이불을 겹겹이 덮어 호흡을 곤란하게 둔 상태로 학대했고, B씨는 이를 옆에서 보고 위험한 상태임을 인식하면서도 30분 이상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 사건 죄질이 매우 무거운 범죄인 점 등 기타 여러 사정을 들어 형을 정했고, 달리 사정 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원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항소기각 사유를 밝혔다.

재판장은 선고를 마친 뒤 "이른바 '그림자영아' 사건 중 이 사건은 상당히 죄질이 무거운 사건"이라고 피고인들을 꾸짖으며 "이에 원심을 유지하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2018년 4월 광주광역시 한 모텔에서 생후 88일 된 자녀가 보챈다는 이유로 얼굴에 겨울용 솜이불 4겹을 덮어 놓고 방치했다가 사망하자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가 아이 얼굴에 이불을 덮은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A씨와 함께 숨진 아기의 시신을 전남지역 한 야산에 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아이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출산 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예방접종 및 영아에게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등 방임한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은 2015~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 즉 '출생 미신고 아동(그림자 아동)'에 대한 보건복지부 전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복지부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오산시가 자체 조사 후에도 아기의 생사를 파악할 수 없자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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