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조현병, DNA 속 古代 바이러스 탓일까

홍아름 기자 2024. 5. 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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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년 전 인간의 유전자인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끼어들어 온 바이러스가 우울증이나 조현병, 양극성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을 부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과 미국 코넬대 의대 연구진은 인간 DNA에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와 정신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혔다고 22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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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년 전 삽입된 바이러스 유전자
우울증과 조현병, 양극성 장애에 관련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과 미국 코넬대 의대 연구진은 인간 DNA 내 바이러스 유전자와 정신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혔다./pixabay

수백만년 전 인간의 유전자인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끼어들어 온 바이러스가 우울증이나 조현병, 양극성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을 부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과 미국 코넬대 의대 연구진은 인간 DNA에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와 정신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혔다고 22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2010년 미국 텍사스대와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은 사람의 유전물질 가운데 8%가 바이러스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숙주인 인간의 DNA에 삽입했던 유전 정보가 부모에서 자식에게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동물이나 인간의 DNA에 남은 바이러스 유전자는 ‘인간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HERV)’라고 한다.

HERV는 대부분 휴면 상태로 남아있어 ‘화석 바이러스’로 불린다. 하지만 일각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나 조현병, 기분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일부 HERV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정신 질환과 연관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사후 기증받은 유럽인의 뇌 792개에서 바이러스 단백질을 조사했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와 같다. 바이러스 유전자가 얼마나 발현됐는지, 정신 질환 가능성과 비례하는지 살핀 것이다. 분석 결과 HERV 1238개 중 26개가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었다. 특히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우울증과 관련된 HERV 4개를 발견했다. 실제 유전적으로 정신 질환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다른 사람보다 더 활발하게 작동했다.

다만 기증자가 실제로 정신 질환이 있었는지 기록이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다. 티머시 파월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는 “정신 질환이 바이러스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활성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면서 “일반적으로 인간의 유전자 변이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 연관 정도도 몇 퍼센트 범위일 것”이라 봤다.

앞서 2017년 영국 노팅엄대 연구진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신경학적 질환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레이철 탈린턴 교수는 “이번 연구에 사용한 방법은 매우 확실해 보인다”며 “실제로 바이러스 유전자가 정신 질환의 지표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더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815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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