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판 돌려차기’ 범인, 항소심서 23년이나 감형…“범행 우발성·공탁금 등 참작”이 이유
원룸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말리던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이른바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절반 가까운 형량을 감경받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정성욱)는 2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29)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 등도 함께 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범행의 사안이 중하고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점을 명시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 여성은 손목 동맥이 끊어지고 신경이 손상되는 상해를 입었고, 피해 남성은 저산소성 뇌 손상에 따른 영구적인 뇌 손상 장애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또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앞으로 이와 유사한 모방범죄의 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도 피고인을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는 점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범행의 우발성과 피고인이 형사 공탁금을 낸 점 등을 들어 1심에서의 형량이 과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강간 범행이 제지당하자 피해자들의 체포를 피해 건물 복도로 도망치면서 피해 남성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강간 살인미수 범행에 이른 점, 피고인이 피해 남성을 위해 1억원을 형사 공탁한 점 등 사유를 참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검사의 1심 구형 의견 및 유사 사건 양형 사례 등에 비춰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유기징역형을 가중한 법정 최상한인 징역 50년을 선고한 것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A씨는 지난해 5월13일 오후 10시56분쯤 배달 기사인 척하며 대구 북구의 한 원룸으로 귀가 중이던 B씨(24)를 뒤따라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때마침 들어온 B씨의 남자친구 C씨(24)에게 제지당하자 C씨의 얼굴과 목, 어깨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도 받았다.
A씨의 범행으로 C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렀고 수술 후 의식을 회복했지만 뇌 손상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의 장해를 입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미수에 그친 부분에 대해 일부 감경하고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판결을 두고 피해 여성 남자친구 C씨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반발했다. 그는 당시 발생한 범죄 피해로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팔꿈치 등 신경이 손상돼 지금까지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C씨는 “범인이 1심 판결보다 더 낮은 형을 받으니 여자친구가 너무 억울해한다”며 “범인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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