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 불확실…인하폭 논의 안 해"[일문일답]
"금통위원 전원 '동결' 만장일치…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낮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통화 정책 운영과 관련해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난 4월보다 더 커졌다"며 인하 폭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있었지만, 물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올해 지난 1월과 2월, 4월에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도 또다시 동결하며 11회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 총재는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였다.
이 총재는 3개월 내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라며 "나머지 1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가 불확실성이 높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볼 때 인상 가능성은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경제 성장률 등 경기가 호조를 보였는데 금리인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훨씬 더 커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물가가 더 올라간다고 하면 당연히 고려해 봐야 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게 금통위원들의 견해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높여 잡으면서도 물가 전망(2.6%)은 유지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2.5%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1분기 성장률 제고의 4분의 3 정도가 순수출 증가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예상보다 굉장히 좋았던 반면 수입은 예상보다 오히려 줄었다. 날씨가 좋아서 에너지 수입이 많이 줄었고 반도체 투자가 지연되면서 반도체 설비 등의 수입도 줄어든 영향이다. 순수출이 성장률 증가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기 때문에 물가에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성장률 전망치가 오르면서 물가에 미치는 상승 압력은 분명히 있다. 실제 물가 상승률의 소수점 둘째 자리에는 상당한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소수점 첫째 자리를 바꿀 정도로 크진 않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뜻하는 'GDP 갭'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점은 언제라고 보는지.
GDP 갭이 양수로 돌아가는 시점은 내년 초로 보고 있다. 이번에 성장률 전망을 올림으로써 음수에 있던 GDP 갭이 축소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양수로 전환되는 시점은 내년 초로 본다.
-총선 이후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이 수요 측면의 영향은 없다고 보는지.
가공식품과 외식은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많이 안정되고 있다. 특히 이는 원자재 가격과 관련이 크고, 소비 성장률을 고려할 때 내수가 외식이나 가공식품의 가격을 끌어올릴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고 본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높아서 인플레가 빨리 안 내려오고 있는데, 우리는 서비스물가는 2%대 중반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 파트는 수입품 가격이라든지 농수산물 가격이라든지 공급 쪽의 요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 직후 6명의 금통위원 중 1명이 3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여전히 유효한지.
이번에도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5명은 3개월 후에도 3.50%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하신 분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단 이유에서였다.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까 말씀드린 물가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1분기 GDP 성장률 발표가 한 달여 지났다. 내수가 깜짝 성장한 배경에 대한 원인 파악이 됐는지.
1분기 전망에 차이가 났던 이유는 4분의 3 정도가 대외 부문에 있다. 수출이 예상보다 좋았고 수입이 예상보다 더 감소하면서 놓친 게 있다. 내수도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가 앞당겨지면서 뒤에 있던 소비를 앞으로 끌어당긴 측면이 있다. 또 정부의 이전지출이 늘어난 부분도 놓쳤다. 다만 이런 자료가 바로바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더 빨리 자료를 받아볼 수 있을지 정부와 얘기해 보겠다.
-한은이 예측에 크게 실패하면서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전망 실패론이 나오면 당연히 겸손하게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좀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번에 성장률을 0.4%포인트 정도 바꿨는데 이런 일은 다반사다. 당장 미국만 보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이 2.1%에서 2.7%로 0.6%포인트 올렸고 일본은 1.2%에서 0.8%로 0.4%포인트 낮췄다. 전망이라는 것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다. 중요한 것은 에러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 차이가 났고 이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은이 아무것도 안 하면 바깥에서 볼 때 틀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비난도 안 받겠지만 총재로 있으면서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적어도 제가 있는 동안은 한은이 더 많이 소통하고 정보를 줘서 한은 문화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하게 된다면 인하 폭 자체는 기존 생각과 비교해 어떤지.
아직 금통위원과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았다. 개인 의견을 말하자면 금리 인하 시점을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폭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는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내년에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이고 가계부채도 고민해야 한다면 금리 인하 폭이 바뀌지 않겠냐. 중립금리 역시 금융안정을 고려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다르기도 하다. 물가가 잡히지 전에는 물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지만 물가가 안정되면 내수와 수출과 조화롭게 미래 금융안정을 고려해 금리 인하 폭을 결정할 것이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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