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깎겠다" 尹 정부 입법예고하자… [아카이브]
정부, 실업급여 깎는 입법예고
‘반복수급이 곧 부정수급’ 간주
勞 “최소한의 안전망 없앤 것”
“고용불안 해소책부터 내놔야”
정부가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을 줄이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1일 입법예고한 이 개정안은 '이직일 이전 5년간 실업급여를 2번 이상 수급한 사람이 또다시 수급자격을 인정받아 실업급여를 신청할 경우, 실업급여액의 최대 50%를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기기간도 현행 7일에서 최대 4주까지 연장한다. 자발적으로 이직한 사람이 단기 일자리에 일시 취업한 뒤 실업급여를 타는 꼼수를 막기 위함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현행법상 실업급여는 '최종 사업장에서 비자발적으로 이직하는 경우'에만 수급할 수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단기 계약직 등으로 이직해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 문제가 제기돼왔다.
고용노동부는 잦은 이직과 실업급여 수급이 불가피한 이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재취업 노력을 하거나, 임금이 현저히 낮거나, 일용노동자(단기예술인ㆍ단기노무제공자 포함)로 수급한 경우 등은 수급 횟수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면서 실업급여를 3회 이상 수급한 사람은 지난 5년간 10만명 이상이었다. 5년 전에 비해 24.4%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임시직 비중이 높고, 근속기간이 짧아 반복수급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구조이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단기 취업을 통해 실업급여를 반복수급하는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의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개정이라는 거다. 실제로도 실업급여 반복수급이 노동시장 구조를 왜곡하고, 보험 가입자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번 제도 입법예고를 두고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입법예고 발표 당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노동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말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불안한 일자리에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을 부도덕한 부정수급자로 몰아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빼앗으려 한다"면서 "실업급여 수급액을 깎는 것보다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양산하는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실업급여는 불안정 노동이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실업안전망이고, 반복수급자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라면서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 체불까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업급여 수급을 제한하면 취약계층의 생계의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노총은 "반복수급을 제한할 게 아니라 노동시장 내 불평등을 줄일 대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라면서 입법예고 철회를 촉구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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