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안개에도 인공기 보이는 5사단 GOP, AI 장비 시범 도입
GOP 철책 따라 움직이는 로봇 카메라, AI 기능 탑재
알고리즘 고도화·데이터 축적 필요
안개가 뿌옇게 내려앉아도 작은 망원경만 있으면 북한 감시초소(GP) 위 펄럭이는 인공기가 보이는 곳. 22일 방문한 경기 연천의 육군 5사단은 비무장지대(DMZ) 너머로 북한군 GP를 가장 많이 관찰할 수 있는 최전방 경계 지역이다. 군은 올해 초부터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경계체계를 이곳에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철책 앞에 서면 바람과 새 소리만 가득하고 발밑에는 DMZ의 밀림처럼 우거진 수풀이, 정면에는 6·25 전쟁 주요 격전지들이 보인다. 전쟁도 휴전도 아닌 정전 상태라는 한반도 현실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일반전방초소(GOP) 장병들은 철책을 따라 경계 작전을 수행한다. 헬멧과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철책을 따라 걷다 보니 10분도 안 돼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GOP 장병들은 적과도 싸우고 날씨·지형과도 싸운다’는 손영주 GOP 대대장(중령)의 발언이 떠올랐다.
GOP 철책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에 따라 광망이 설치돼있고 일정 정도의 압력이 가해지면 경보 체계를 발동한다. 경보가 울리면 지휘통제실에서는 철책 어느 지점에 어떤 형태의 압력이 발생했는지 등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다만 동물의 움직임에 따라 경보가 울리는 경우가 많아 허리 아래 높이에는 철책을 보호하는 철조망을 덧댔다.
5사단에 시범 도입된 AI 유·무인 복합경계체계는 이 같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보완하면서도 보다 적은 병력으로 촘촘한 경계망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군은 올해 초 5사단에 첨단 전력 장비 △이동식 레일로봇 카메라 △AI 열상감시장비(TOD) △수풀투과 레이더(FP레이더) 등 3종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동식 레일 로봇 카메라는 GOP 철책을 따라 걷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머리 위로 철책을 따라 긴 레일이 이어져 있고 레일 로봇 카메라는 철도 위의 기차처럼 이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감시 업무를 수행한다. 철책에 이상 상황이 발생해 경보가 울리면 지휘통제실에서는 레일 로봇 카메라를 문제 지점으로 움직여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한다. 카메라에 탑재된 AI(인공지능)는 사람을 인식해 표시한다. 레일 로봇 카메라는 사람이 빠르게 오르기 힘든, 지형이 험준한 곳에 도입되면 병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무인 복합경계체계의 또 다른 핵심축 AI TOD는 문제 상황을 포착한 뒤 이 움직임이 사람인지 동물인지,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인지 등을 인식할 수 있다. FP레이더는 DMZ 내 우거진 수풀을 투과할 수 있는 레이더다. 손영주 대대장은 “레이더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기 때문에 악천후시에는 레이더 능력을 최대치로 운영하고,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주요 지점에는 병력을 추가 배치한다”며 “우리 군은 계절·지형과 무관하게 언제나 동일한 최고 수준의 경계 작전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AI 유·무인 복합경계체계가 실제로 경계 작전 현장에서 제 임무를 수행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AI 장비의 알고리즘이 고도화되고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축적돼야 병력 자원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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