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물가 2.3~2.4% 추세 보이면 금리 인하 고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연간 물가 상승률을 확인하려면) 12월까지 기다렸다가 통화 정책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순 없지 않느냐"면서도 "숫자를 갖고 오해해서 (물가 상승률이) 2.3%면 금리를 인하하고 2.4%면 안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이는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가는지 보고 하는 것"이라며 "하반기에 무조건 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취재진과 이 총재의 일문일답.
-경제 성장률 등 경기가 호조를 보였는데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든 것 아닌지.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훨씬 더 커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물가가 더 올라간다고 하면 당연히 고려해 봐야 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게 금통위원들의 견해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높여 잡으면서도 물가 전망(2.6%)은 유지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말씀하신 대로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2.5%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1분기 성장률 제고의 4분의 3 정도가 순수출 증가에서 기인했다. 수출은 예상보다 굉장히 좋았던 반면 수입은 예상보다 오히려 줄었다. 날씨가 좋아서 에너지 수입이 많이 줄었고, 반도체 투자가 지연되면서 반도체 설비 등의 수입도 줄어든 영향이다. 그래서 순수출이 성장률 증가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기 때문에 물가에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성장률 전망치가 오르면서 물가에 미치는 상승 압력은 분명히 있다. 실제 물가 상승률의 소수점 둘째 자리에는 상당한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소수점 첫째 자리를 바꿀 정도로 크진 않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뜻하는 'GDP 갭'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점은 언제라고 보는지.
▶GDP 갭이 양수로 돌아가는 시점은 성장 전망치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로 보고 있다. 이번에 성장률 전망을 올림으로써 음수에 있던 GDP 갭이 축소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양수로 전환되는 시점은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선 이후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이 수요 측면의 영향은 없다고 보나.
▶가공식품과 외식은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많이 안정되고 있다. 특히 이는 원자재 가격과 관련이 크고, 소비 성장률을 고려할 때 내수가 외식이나 가공식품의 가격을 끌어올릴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고 본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높아서 인플레가 빨리 안 내려오고 있는데, 우리는 서비스물가는 2%대 중반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 파트는 수입품 가격이라든지 농수산물 가격이라든지 공급 쪽의 요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 직후 금통위원 중 한 명이 3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여전히 유효한가.
▶이번에도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명 중 한 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다섯 명은 3개월 후에도 3.50%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하신 분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단 이유에서였다.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까 말씀드린 물가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1분기 GDP 성장률 발표가 한 달여 지났다. 내수가 깜짝 성장한 배경에 대한 원인 파악이 됐는지.
▶1분기 전망에 차이가 났던 이유는 4분의 3 정도가 대외 부문에 있다. 수출이 예상보다 좋았고 수입이 예상보다 더 감소하면서 놓친 게 있다. 내수도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가 앞당겨지면서 뒤에 있던 소비를 앞으로 끌어당긴 측면이 있다. 또 정부의 이전지출이 늘어난 부분도 놓쳤다. 다만 이런 자료가 바로바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더 빨리 자료를 받아볼 수 있을지 정부와 얘기해 보겠다.
-한은이 예측에 크게 실패하면서 신뢰가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전망 실패론이 나오면 당연히 겸손하게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좀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번에 성장률을 0.4%p 정도 바꿨는데 이런 일은 다반사다. 당장 미국만 보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이 2.1%에서 2.7%로 0.6%p 올렸고, 일본은 1.2%에서 0.8%로 0.4%p 낮췄다. 전망이라는 것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다. 중요한 것은 에러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 차이가 났고, 이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은이 아무것도 안 하면 바깥에서 볼 때 틀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비난도 안 받겠지만 총재로 있으면서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적어도 제가 있는 동안은 한은이 더 많이 소통하고, 정보를 줘서 한은 문화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출장 관련 간담회에서 4월과 세 가지 전제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사실상의 금리 인하 전면 재검토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에 세 가지 뉴스가 생겼다. 하나는 미국 통화 정책이 지연되는 것이 새로운 뉴스였고, 1분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좋았던 게 두 번째다. 또 이란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해 환율이 크게 뛰기도 했다. 정확하게 원점에서 본다는 뜻은 아니지만 숫자를 다시 재검토해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통방에서 여러 가지 요인을 다 고려할 때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졌다'란 표현을 사용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음에도 통화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우선 성장률을 2.1%에서 2.5%로 올리는 건 굉장히 큰 변화다. 또 하나 큰 뉴스는 물가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줄 줄 알았는데, 소수점 두 번째까진 올렸지만 전망 자체를 바꿀 정도로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장률이 올라가면 물가도 당연히 바뀌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전망치를 바꾸지 않은 게 통화 정책에 있어서의 큰 차이다. 또 하반기 2.3% 예상한 물가 전망치를 2.4%로 올렸다. 숫자를 갖고 오해해서 2.3%면 금리를 인하하고 2.4%면 안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럼 12월까지 기다렸다가 통화 정책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순 없지 않나. 물가가 2.3~2.4% 대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보이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단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하게 된다면 인하 폭 자체는 기존 생각과 비교해 어떤지.
▶금리 인하는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가는지 보고 하겠다는 것이다. 하반기에 무조건 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거라는 기대가 있는데 아직은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도 커서 인하 폭까진 논의하지 않았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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