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홍보맨에서 투자맨으로 변신…"대덕특구 기업 투자 생태계 마중물 될 것"
경험 못한 금융투자사 대표 제안 받았을때 고민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 발굴해 투자 '윈윈' 매력적
핵심 투자분야 '탄소중립·에너지'… 차별화 전략펼것
"완전히 생소한 분야여서 처음엔 망설였지만, 기업과 윈윈하는 의미있는 기회라고 생각돼 도전했습니다. 대덕특구의 혁신 벤처·스타트업, 중소기업을 잘 발굴해 신기술사업 금융투자 성공모델을 만들겠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34년 간 몸담은 연구행정 전문가의 변신과 도전이 대덕특구 연구현장에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ETRI 홍보의 산 증인으로 꼽히는 박종팔(62·사진) 케이알벤처스(KR) 대표다. 박 대표는 지난해 정년 퇴직한 후 고경력 인력으로 ETRI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4월 출연연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투자사 대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케이알벤처스의 전신은 DSN인베스트먼트다. KAIST와 SKT 출신 연구원이 주축으로 설립해 유무선 통신장비 제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에이치에프알이 지난 1월 인수해 사명을 바꿔 출범했다. 현재 에이치에프알의 자회사로,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금융투자사는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라 처음 대표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며 "혁신 기술 기반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함으로써 함께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대표직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ETRI 재직 기간에 대부분을 홍보실에 근무하며 첨단 ICT 연구와 기술사업화 성과 등을 알리는 데 힘썼다. CMDA부터 5G까지 ETRI에서 탄생한 혁신적인 연구성과가 그를 거쳐 국민들과 기업, 대학 등에 전달했다.
홍보부장을 거쳐 기술사업화실장, 행정부장, 건설추진센터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조직관리 역량과 리더십을 쌓았다. 과학기술출연연연구기관장협의회 사무국장, 대덕연구단지기관장협의회 사무국장 등을 맡아 조직경영도 경험했다.
그러면서도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배움을 통한 자기계발과 전문적 지식 확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ETRI는 여느 기관과 달리 기술에 초점을 맞춘 홍보를 해야 하는 곳이어서 ICT 전반에 대한 기술적 이해와 지식을 넓힐 수 있었다"면서 "기술사업화 관련 부서에 근무하며서 ETRI 연구성과의 사업화 과정과 창업생태계를 현장에서 체감한 것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4년 간 몸담았던 대덕특구의 혁신기업에 투자해 성공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술 사업화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대덕특구를 기반으로 한국과학기술지주(KST), 에트리홀딩스, 미래과학기술지주 등의 기술사업화 지주회사들과 전략적 협업관계를 맺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의 투자 대상은 창업 초기 기업보다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 접어든 기업"이라면서 "KST, 미래과학기술지주, 에트리홀딩스 등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투자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KST, 에트리홀딩스를 직접 만나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등 대덕특구의 공공기술사업화 기술지주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기술기업 투자가 주로 서울과 수도권 기업 위주로 이뤄졌는데 '과학기술의 보고'인 대덕특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수도권 중심의 기존 투자사 투자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며 "성장 잠재력이 큼에도 제때 투자를 받지 못하는 대덕특구 기업을 타깃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하반기 내 대덕특구에서 '찾아가는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연구원 창업기업과 연구소기업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핵심 투자 분야는 탄소중립과 에너지로 삼았다.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넷제로 펀드'를 만들어 두 분야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후속펀드를 계속 결성하고, ICT나 AI, 5G, 로봇 등 미래 혁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모회사인 에이치에프알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축적해 온 역량과 경험, 국내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리가 투자한 기업과 상생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덕특구 기반의 독자적인 투자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이를 토대로 신기술 투자금융사로서 위상과 역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34년 간 몸담아온 출연연에 대한 애정섞인 조언도 건넸다. 그는 "출연연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특별한 곳인데,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수한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동기 부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이 기술사업화와 창업 생태계 키우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출연연이 수행하는 대형 연구과제의 경우 특허를 내고, 논문을 쓰는 것만으로 연구를 끝내는 게 아니라, 기술이전을 넘어 창업까지 이어가 기술창업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어 내는데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연연 연구행정직은 연구직과 달리 퇴직하면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기 쉽지 않다"며 "출연연에서 근무하며 쌓은 역량과 경험이 퇴직 후에 커다란 자산이 되기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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