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북한군 보이는 5사단 GOP…'첨단전력 3종 세트'로 철통 경계

허고운 기자 2024. 5. 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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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엔 인공기 펄럭여…북측 인원 뛰어갈 땐 일대 긴장
GOP 대대장 "작전 종결 핵심은 사람…이기는 부대 만들겠다"
5사단 GOP 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육군 제공)

(연천=뉴스1) 허고운 기자 = "전방 장병들은 적과 싸우기도 하지만 지형 및 기상과도 싸웁니다."

22일 경기 연천군 소재 열쇠전망대에서 만난 윤기중 육군 5사단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최전방 중의 최전방인 5사단 일반전초(GOP) 일대의 산세는 험준했다. 이곳은 서울에서 차량으로 2시간이면 올 수 있는 곳이지만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대표적인 격전지인 티본고지·에리고지·폭찹고지·백마고지 등이 보이는 요충지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열쇠전망대에서 5사단의 GOP 경계작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총합 10㎏에 이르는 방탄복과 헬멧, 워벨트를 착용하고 철책을 따라 걸었다. 경계 체험을 한 약 350m 구간은 어느 정도 걸을 만한 지형이었지만, 멀리 눈앞에는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의 아찔한 계단이 보여 장병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탓에 비무장지대(DMZ) 이북은 잘 식별되지 않았지만 우리 군 장병들이 이용하는 감시초소(GP)와 소초 등은 또렷하게 보였다. 남방한계선 이남 10m에 위치한 최전방 교회, 팔각정과 5층 석탑, 법당 등 불교 시설, 성모마리아상 등도 '3개 종파가 마음을 합쳐 통일을 기원한다'라는 의미로 위치해 있었다.

GOP 대대 OP 전망대에 오르자 기상이 맑아지면서 북쪽 지역이 보이기 시작하자 '여기가 정말 최전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원경을 눈앞에 대니 북한군 GP가 눈앞에 펼쳐졌고, 건물 앞에는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경계를 서고 있는 북한군의 움직임도 생생했다.

5사단 GOP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 전경.(육군 제공)

이곳에선 북한군이 농구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며, 최근에는 북한군이 집단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식별돼 순간 비상이 걸린 적도 있다. 북한군이 고라니를 잡으러 뛰어가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상황이 해제됐으나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한다.

북한군 GP 시설은 90% 이상이 지하에 있어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군은 레이더 등 각종 감시장비로 북한군의 지하 시설 내 움직임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5사단은 2007년 전군 최초로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적용된 곳이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원거리에서 레이더와 각종 감시장비로 적의 접근을 탐지 및 감시하고, 적이 철책에 접근해 광망에 경보가 울리면 전투원들이 출동해 초동 조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손영주 GOP 대대장은 "악천후가 1년 중 4분의 1 전후로, 이때는 (감시·경계) 취약점이 발생하는 시기"라며 "감시장비 중 레이더는 악시정 영향을 받지 않아 레이더 능력을 최대치로 운용하고, 악시정으로 보이지 않는 주요 지점엔 병력을 추가로 운용한다"라고 말했다.

GOP 대대의 핵심인 지휘통제실에 들어가자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엔 작전지역의 실시간 정보를 볼 수 있었다. 현장 모니터링은 주로 중대 지휘통제실에서 맡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대에서 모든 상황을 통제하면서 유사시 병력을 출동해 직접 확인한다.

육군 5사단 GOP를 감시하는 이동식레일로봇카메라.(육군 제공)

수집한 정보는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빠짐없이 지휘부에 전파된다. 철책을 감싸고 있는 광망 감지센서 또한 철책에 일정 강도 이상의 충격이 가해질 경우 곧바로 이상 신호를 전달한다. 365일 24시간 최고 수준의 상황 관리를 위해 지휘통제실은 3교대 근무체제를 유지 중이라고 한다.

5사단 GOP 대대는 기존의 과학화경계 작전체계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수풀투과레이더(FP레이더), 이동식레일로봇 카메라, 인공지능(AI) 열영상감시장비(TOD)도 시범 운용 중이다.

수풀로 차폐된 지역도 탐지할 수 있으며, 즉각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경사지에는 레일에 달린 카메라가 신속히 이동해 촬영한다. AI TOD는 현재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사람과 동물 표적을 인식하는 알고리즘이 고도화되고 데이터베이스(DB)가 축적된다면 인식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장병들은 설명했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GOP 대대 내 병영생활관과 식당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장병들은 대한민국 최전방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함께 적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해 힘을 통한 평화를 현장에서 구현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손영주 대대장은 "작전을 종결짓는 핵심은 사람"이라며 "부하들이 GOP 작전환경 속에서 심신의 마찰을 이겨내고 굳은살을 만들어 나가도록 도와 매일 성장하는 전투, 결국 이기는 부대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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