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部 카드의 뻔한 한계[뉴스와 시각]

김만용 기자 2024. 5. 23. 11: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기자간담회와 주요 정책이 저평가 받는 이유를 경제학의 합리적·적응적 기대 이론에 빗대 설명하려는 시각이 있다.

적응적 기대는 과거의 자료·사례를 통해 조금씩 오차범위를 수정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가설인데, 국민은 윤 대통령의 정책이나 사과가 근본적 인식이나 방향 전환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부정적 반응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찔끔찔끔 톤 조절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평가절하한다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만용 전국부장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기자간담회와 주요 정책이 저평가 받는 이유를 경제학의 합리적·적응적 기대 이론에 빗대 설명하려는 시각이 있다. 이른바 ‘합리적 기대’란 모든 경제 행위자는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설이다.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가 이 가설을 통해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즉, 저출생 극복·물가 완화·기업규제 해소 등 정부 정책이나 김건희 여사 의혹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파격적이지 않다면 합리적 기대를 하는 국민은 쉽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냉담한 여론의 반응은 적응적 기대 가설로도 설명할 수 있다. 적응적 기대는 과거의 자료·사례를 통해 조금씩 오차범위를 수정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가설인데, 국민은 윤 대통령의 정책이나 사과가 근본적 인식이나 방향 전환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부정적 반응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찔끔찔끔 톤 조절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평가절하한다는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합리적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부동산 정책 등이 대실패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도 같은 길을 걸으며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대한민국 소멸 위기까지 불러일으킨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도 국민의 기대에 크게 어긋난다. 정권 출범 초기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으로 방향을 상실한 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나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앞세워 저출생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 것 같더니, 최근엔 돌연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위기의 최일선에 있는 지방 정부들은 제법 기대 이상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경북도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7년까지 1조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색 정책들을 시행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도가 결혼정보회사로 나서 커플이 된 미혼 남녀에게 국제 크루즈 여행을 보내주기로 했다. 3자녀 이상 가족이 40평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주택 매입 비용 3억 원도 저리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가 출산하면 6개월간 일할 사람을 채용하도록 월 200만 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인천시도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저출생이 민간 기업에도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는 만큼 기업들도 무릎을 칠 만한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부영그룹이 지난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을 쾌척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콜마도 첫째와 둘째 출산 시 1000만 원, 셋째는 2000만 원으로 출산장려금을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를 이끌어야 할 윤석열 정부는 한가하게 조직 타령만 하고 있으니 국민이 쉽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합리적·적응적 기대 가설대로라면 정부의 저출생 해법은 전면적이고 파격적이면서도 섬세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지금처럼 지자체나 민간 기업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의 카드라면 그 한계가 너무 뻔하다. 연이은 정책 실패와 메시지 관리 실패를 이어온 윤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에서도 실패의 길로 들어선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김만용 전국부장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