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탄소배출 저감에 3000억 투자”…한일현대시멘트,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 36→66% 상승
1호 킬른도 내년 1월 완공 예정
염소더스트를 비료로 만드는 ‘염소더스트 수세 설비’ 구축
“국내 시멘트 공장 가운데 가장 젊은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최철운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생산관리팀장)
16일 오후 1시 강원도 영월군 신천리에 있는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은 1992년 준공해 30여년을 맞았다. 다만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멘트업계에서는 가장 젊은 공장으로 꼽힌다. 공장의 설비들은 공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긴 직사각형 모양의 부지에 가지런히 들어서 있었다.
시멘트를 제조하는 공정 가운데 1450℃ 이상의 고열을 쏟는 소성공정을 담당하는 2개의 소성로(킬른)가 눈에 띄었다. 킬른은 시멘트 공장에서 원료를 소성하는 데 사용하는 가마다. 은색으로 햇빛을 받아 반짝 거리는 2호 킬른과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은 듯 색이 바랜 1호 킬른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2개의 킬른을 통해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에서는 연 400만톤(t)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시멘트 제조공정은 크게 채광, 원료생산, 소성, 출하 순으로 진행된다. 최초의 공정은 광산에서 석회석을 채굴하는 과정이다. 이후 석회석 덩어리를 잘게 부순 후, 점토질과 산화철 등 부원료와 일정하게 배합해 분쇄기를 통해 미분말로 만드는 원료생산 공정을 거친다. 이어 가장 중요한 소성과정을 지난다. 미분말 상태의 원료를 약 900도까지 예열하는 장치를 거쳐 킬른으로 보낸 원료는 고열에서 소성해 냉각장치에서 급냉한 뒤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가 된다. 클링커는 응결지연제인 석고와 각종 혼합재와 섞여 다시 한번 분쇄기를 지나면서 미세한 가루인 시멘트로 탄생한다. 이렇게 만든 시멘트는 포장과 벌크 형태로 전국 각지에 공급된다.
한일현대시멘트는 에너지 소모가 많고 탄소가 배출되는 소성공정에서 순환자원 재활용 설비, 폐열을 활용한 ECO발전 설비,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 염소더스트 재활용 시설 등 친환경 설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소성공정에서 주연료로 사용되는 유연탄을 합성수지 등 순환자원 연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 공장 설비는 순환자원 연료를 완전연소 시키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순환자원 연료는 유연탄보다 더 많은 연소 시간이 필요하다.
한일현대시멘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월공장 최신식 설비 투자에 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약 1980억원을 투자해 생산설비 전반에 대한 개보수를 진행했다. 올해 1월 2호 킬른의 예열탑을 개조해 순환자원 연료의 완전연소를 돕는 파이로 로터 등의 설비를 완공했다. 순환자원 연료 보관시설과 밀폐형 이송라인도 신설했다. 순환자원 연료들이 완전 연소되면서 각종 배출물질이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났다. 탄소 배출량은 약 7.6%, 질소산화물은 약 11% 저감됐다. 내년 1월에는 1호 킬른의 예열탑도 개조할 예정이다.
최철운 팀장은 “1호 킬른 개조까지 완료하면 공장의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은 기존 약 36%에서 66%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 유럽 시멘트 공장 평균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 52%보다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영월공장은 소성공정에서 배출된 고온의 배기가스를 보일러로 보낸 뒤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ECO발전 설비를 갖추는 데 약 105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4월 완공한 ECO발전 설비는 다른 발전 설비보다 경제적이고 대기오염물질 발생이 없어 친환경적이다.
최 팀장은 “영월공장의 ECO발전 설비는 연간 약 14만 메가와트시(MWh)의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는 영월공장 전기 사용량 중 30%에 해당하며 연간 4만8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설명했다.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단가 최저시간대(야간)에 전기를 충전하고 전력단가 최고시간대(주간)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에너지 비용을 줄여주는 설비다. 영월공장에 설치한 ESS설비는 7MWh급으로 연간 약 3억원의 전력비 절감 효과가 있다.
킬른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염소더스트를 처리해 비료로 만드는 ‘염소더스트 수세 설비’도 이달 완공돼 테스트 가동 중이다. 소성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염소더스트는 주기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예열탑과 킬른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영월공장의 염소더스트 수세설비는 킬른에서 포집한 염소더스트를 모아 염화칼륨(KCl)을 만들고, 이를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설비다.
영월공장은 비산먼지 저감 설비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이 소성과정에 발생하는데, 이를 저감시키는 장치인 ‘선택적 비촉매 환원’(selective non-catalytic reduction, SNCR)을 최근 개조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SNCR은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과 결합시켜 무해한 물질로 변환시키는 원리의 장치다. 석회석 이송로, 순환자원 이송로는 모두 밀폐형으로 건설돼 비산먼지를 차단하고 있다. 약 200억원을 투자해 마련한 전기 집진기와 백필터는 분쇄설비와 소성설비에 설치해 비산먼지 확산 방지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박진규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공장장은 “건자재 수요 감소 등 시멘트업계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탄소중립은 더 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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