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CGV 건물이 어쩌다…수익형 부동산 '적신호'
건물평가액 602억에서 542억원으로 10% '뚝'
OTT에 밀린 영화관 영업악화에 임대수익 한계
6월말 대출이자 문제로 '부도' 위기설 나오기도
서울 중심 상권 중 한 곳인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 로데오거리 맞은편 복합쇼핑몰 '몰오브케이(mall of K)'. 주요 상업지구 입지임에도 이 건물의 공실률은 현재 40%에 달한다.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한 CGV와 카페, 편의점 등의 시설을 제외하고 1층을 비롯한 상가 대부분이 텅 비었다.
공실이 늘면서 투자 수익은 줄고 자산가치가 떨어졌다. 매각도 여의찮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주요 상권은 옛말…공실률 40%
몰오브케이는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9-4에 위치한 대지면적 2983㎡(902평), 총면적 1만3068㎡(3953평),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 건물이다. 이 인근 상권을 잘 아는 20대 K씨는 "로데오거리 상권이 확장되며 양꼬치 골목 쪽으로 이어지는 입지인데, 건너편 번화가에 비해서는 유동인구가 많지는 않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건대 CGV' 건물로 잘 알려졌던 몰오브케이는 2018년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리츠인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이하 펀드)'가 STS개발로부터 사들였다. 부대비용을 포함해 펀드가 투자한 금액만 약 596억이었다. 당시 임대율은 100%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변했다. ABC마트와 각종 프랜차이즈 식당 등 주요 상가 대부분이 버티다 못해 지난해 초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건물을 떠났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실률은 38.2%였다.
현재 남아있는 곳은 3·4층에 있는 CJ CGV와 3층에 있는 투썸플레이스 등 영화관 부대시설 정도다. 이들의 임대계약 기간은 2033년 1월까지인 장기계약(2018년 1월부터)으로 묶여있다. 영화관은 스크린, 관람석 등 때문에 특화 설계나 별도 인테리어도 필요해 건물주 입장에서 장기계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본래 이 펀드의 만기는 지난해 6월이었다. 펀드를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만기 전 건물 매각을 통해 수익을 분배하고 펀드를 청산해야 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각이 불발되면서 지난해 펀드와 담보대출 만기를 2년 연장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면 매각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작년 초부터 상시 매각공고를 내고 건물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매수희망자를 찾지 못했다.
상권 악화와 공실 장기화로 임대료가 낮아지고, 운용수익이 줄며 대출이자 부담은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3월 펀드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이자 납기일인 오는 6월 이자 재원 부족이 예상된다며 사실상 부도인 채무불이행(EOD) 가능성을 알리기도 했다.
EOD가 발생하면 대주 주도로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자산이 매각될 수 있어 펀드 지분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이 매우 커질 위험이 있다.
지난달 자산재평가 결과 몰오브케이 자산가치(평가금액)는 602억원에서 542억원으로 1년 만에 10% 떨어졌다. 당초 투자금액인 596억원과 비교해도 9% 이상 몸값이 낮아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건대입구 인근 중대형상가 임대료가 줄었고 공실률이 늘면서 건물가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2분기 2.5%까지 내려갔던 건대입구 인근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9.9%까지 올라 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높은 임대료, 상권 악화, 영화관까지 '3중고'
몰오브케이도 상권 악화에 맞춰 임대료를 낮췄다. 하지만 주변지역 대비 여전히 높다. 올해 1분기 건대입구 중대형상가 임대료는 ㎡당 6만7000원이다. 평당 임대료가 22만원을 넘는다. 최근 주요 상업지구로 떠오른 망원역 인근 중대형상가 임대료가 ㎡당 3만3000원인 것과 비교된다.
이 같은 상황은 주요 상업지구와 중심업무지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건대입구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권이 악화하고 주변지역 대비 높은 임대료로 인해 공실이 많은 상황"이라며 "특히 몰오브케이는 그중에서도 월 임대료가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료가 주변 신축 상가의 170% 정도인데 애초부터 수익률 측정을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자가 여럿이다 보니 차임(월세)을 낮추기 쉽지 않은 구조인 데다 최근 CGV가 나간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매각가격을 크게 깎지 않는 한 팔기도 쉽지 않아보인다"고 덧붙였다.
몰오브케이의 상황악화는 높은 임대료, 상권 악화 외에 CJ CGV 영업손실 영향도 컸다. CGV는 보증금 10억원에 월 60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3년마다 임대료 인상률 3%를 적용하고, 연 누적관람객 70만명 초과 시 순매출액의 15%를 임대료와 별도로 정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폐쇄조치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으면서 관람객이 크게 줄었다. 지방에선 영화관들이 위약금을 감내하고서도 계약 해지하는 경우도 많다. 영화관이 나갈 경우 스크린, 관람석 등 별도 인테리어로 해당 자리에 새로운 임차인을 바로 들이기 어려워 임대인이나 펀드 등 투자자의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몰오브케이 역시 추가 수익은 커녕 대출 만기 연장으로 금리가 두배 이상 높아지며 손실이 커졌다. 부도를 피하기 위해 지난 3월 CGV에 올해 10개월분(3월~12월) 임대료 총액을 10% 할인해 선납 받기도 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조치였다지만 임대료 총액이 줄어드는 만큼 수익악화는 더 심화하는 상황이다.
EOD는 넘겼지만…매각 전까진 '시한폭탄'
다만 대주단과 이자 선납 조건으로 채무조정안에 합의하며 급한불은 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대출이자 납기일을 분기납에서 반기납으로 변경하고 △연내 EOD 선언을 유예하는 내용의 채무조정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임차인들로부터 임대료를 선납받아 이달 7일 이자를 선납해 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긴 것이다. 다음번 이자 지급일은 올해 11월7일로 조정됐다.
매각공고에 따른 경쟁입찰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매수 의향을 밝힌 잠재매수인이 나타나며 매각 시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별도로 매수의향을 밝힌 잠재매수인이 나타나 현재 구체적인 조건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각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여전히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의 자금사정 상 추가적인 수익 발생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현금흐름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조속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높은 공실율과 낮은 시장 임대료 수준 등 어려운 시장 환경으로 매각이 어려울 수 있어 앞서 공시한 자산재평가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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