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부산물 안 태우고 파쇄했더니···봄철 산불 ‘뚝’
고춧대나 콩대 같은 영농부산물을 태우는 불법 소각 행위는 봄철 산불 발생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소각 산불이 전체 산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평균 30%에 육박한다. 올봄 산림당국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지역 영농부산물 파쇄를 유도하면서 소각 산불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올봄 전체 산불 발생 건수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산림청은 올해 봄철 산불조심기간(2월1일∼5월15일) 소각 산불 발생건수가 총 39건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발생건수(116건)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절대적인 발생건수 감소에 따라 소각 산불이 전체 산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년 평균 28%에서 올해 22%로 6%포인트 감소했다.
산림당국은 소각 산불을 줄이기 위해 올해 범정부적으로 농촌지역의 영농부산물 파쇄를 유도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월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협의회를 구성해 소각 산불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전국적으로 영농부산물 파쇄기 662대를 보급한 바 있다. 또 산불인력 1만여명을 투입해 농촌진흥청과 함께 139개 시·군에서 영농부산물 파쇄를 지원했다.
소각 산불 감소는 전체적인 산불 피해 감소로도 이어졌다. 올해 봄철 산불조심기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175건으로 지난 10년 평균 산불 발생 건수(416건)의 58%에 그치며 1986년 산불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발생률을 기록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올해 산불 피해면적(58㏊)은 10년 평균(3865㏊) 대비 98%나 감소했다.
올봄 자주 비가 내리는 등 기후적인 영향도 산불 발생 감소의 주요한 배경이 됐지만 인위적인 요소 가운데서는 불법 소각 행위가 줄어든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산림청은 올해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으로 영농부산물 파쇄량이 지난해보다 8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소각 산불은 산불의 주요 원인일뿐 아니라 최근 5년 동안 소각산불 발화자가 직접 불을 끄려는 과정에서 15명이 사상하는 등 인명피해 위험도 높다”면서 “농촌 마을을 돌며 영농부산물 파쇄 시연을 하는 등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불법 소각 행위 처벌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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