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라이칭더 강공', 대만 첨단반도체 입지 좁혀…"日 반사이익"
日정부 '반도체 르네상스' 총력…대만 첨단반도체 세계 점유율 66%→2027년 55%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사실상 라이칭더 대만 총통을 독립주의자로 규정하고 거친 대응에 나선 가운데 대만의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 역할이 줄고 일본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전 총통의 8년 집권에 이은 라이 총통 정부에 '강공'으로 일관하면서 대만 중심의 세계 첨단반도체 산업 구조도 차츰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 실드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중국으로부터 대만과 동맹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차이 전 총통이 처음 언급한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그는 8년 집권 기간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 등 자국 반도체 기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다.
반도체 전문가로 통하는 라이 총통 역시 선거 공약으로 '타오위안·신주·먀오리 대(大)실리콘밸리 계획'을 내걸었고, 대만 정부는 올초 이 같은 대만판 실리콘 밸리 공사에 2027년까지 4년 동안 1000억 대만달러(약 4조 2000억 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삭소 캐피털 마켓츠 홍콩지사의 레드몬드 웡 시장 전략가는 SCMP에 "대만 경제의 미래, 안보, 지정학적 위험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주목해야 한다"며 "(주변국들과의) 경제적 상호 의존에 큰 문제가 생기면서 대만의 실리콘 실드 역할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대만 독립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도 양안(중국과 대만)이 서로 예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골자로 현상 유지를 강조한 라이 총통의 취임 연설 이후 중국은 공산당과 정부 채널은 물론 관영 매체를 통해 연일 대만을 겨냥한 날 선 비판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아울러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를 동원해 이날 오전부터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 남부, 동부 및 진먼다오, 마쭈섬 등에서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 병력을 동원해 합동 군사훈련을 개시했다.
취임 나흘째인 라이 총통 정부를 겨냥한 거친 무력 도발 시위인 셈이다.
현재로선 중국군의 대(對) 대만 군사훈련의 규모와 일정 등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재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작년 4월 차이 총통의 방미를 빌미 삼아 벌인 대만 봉쇄 군사훈련 수준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CMP는 대만 민진당 정부의 친미·독립 성향을 문제 삼은 중국의 지속적인 대만 해협 군사·안보 위기 도발과 경제적 강압 탓에 대만의 실리콘 실드가 타격을 받아왔다고 진단했다.
대만 타이베이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유사시 대만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첨단반도체 칩 공급을 받는 플랜B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하면 TSMC 등 대만 기업들이 사용하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생산 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원격 차단하는 등 생산 무력화 방침이 공개된 걸 계기로 각국의 플랜B 계획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대만의 첨단 반도체 칩 생산 점유율이 66% 수준이지만, 2027년에는 55%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에 다르면 지난해 대만의 반도체 칩 수출액은 1천666억3천만달러(약 228조원)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반도체 업체 IDC 임원인 마리오 모랄레스는 SCMP에 세계 첨단반도체 산업에서 "갈수록 미국과 일본이 더 많은 이점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일본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위기를 고려해 대만 TSMC 등이 미국·일본 등으로 공장 이전을 가속하는 가운데 미·일 역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로 '반도체 패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일본 정부가 자국 대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라피더스 지원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부 자금으로 홋카이도에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견제와 압박이 덜한 범용 반도체 칩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대만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고 있는 점도 대만으로선 위협이라고 SCMP는 전했다.
미국 기반 공급망 관리협회의 더글러스 켄트 부회장은 반도체 생산 기지를 미국 내, 그리고 인접국으로 옮기도록 하는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 노력으로 "향후 3∼4년 이내에 대만의 첨단반도체 칩 생산 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3일 대만 동부 화롄현을 강타한 규모 7 이상 강진 등 잦은 자연재해도 세계 각국이 대만 대안을 찾는 플랜B를 가속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실제 대만 강진에 따른 생산 차질로 올해 2분기에 30억 대만달러(약 1천2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TSMC가 밝힌 바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첨단반도체 칩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각국에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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