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 美 북한인권 특사 “中 강제 북송, 유엔인권위가 조사해야”

양지호 기자 2024. 5. 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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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줄리 터너 미국 북한인권특사는 23일 “중국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서는 유엔인권위원회(UNHCR)가 탈북자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탈북자들에 대해 ‘강제북송’이 아니라 경제적인 동기로 탈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확인하려면 유엔 차원에서 공신력있는 현황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줄리 터너 특사에게 듣는다. 북한 인권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 세션에서 줄리 터너 미국 정부 북한인권특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터너 특사는 이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사회로 진행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줄리 터너 특사에게 듣는다. 북한 인권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 세션에서 이같이 밝혔다. 터너 특사는 “중국 정부는 강제적 조치가 아니고 탈북자를 대상으로 고문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한다”며 “탈북자가 어떻게 북송되는지에 대한 (탈북자 개개인의) 개별적 증언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볼 경우 강제 북송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 봉쇄 3년간 구금했던 탈북민 가운데 500~600명을 지난해 10월 기습 북송했고 지난달에도 탈북민 200여 명을 강제 북송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도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직전 탈북민 수십 명을 강제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러시아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서 유엔 차원에서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강제북송에 대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이날 세션에서 “한국이 ‘침묵’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신중한(deliberate)’ 외교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난하면 더 많은 탈북자 강제북송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터너는 이날 유엔 북한인권보고서 발표 이후 지난 10년 동안 북한 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개처형 건수가 늘어나고 있고,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차단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엔 최고인권위원회는 최근 2014년 이후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업데이트 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것을 결의했다. 터너는 “탈북자야 말로 북한 내부 상황을, 어떤 인권유린이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문제는 북핵 등 안보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터너 특사는 “북한 노동자가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북한이 무기를 개발하고, 그 무기가 러시아로 가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쓰이고, 북한 무기가 미얀마로 팔려가서 미얀마 국민 인권 탄압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평화와 안보 인권은 상호연계돼 있다”며 “그런 연계성을 고려한 정책 패키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사도 “트럼프 정부에서 비핵화를 인권문제보다 우선시했는데, 이로 인해 비핵화와 북한 인권문제 모두 (해결할) 기회를 잃었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은 “홀로코스트 박물관처럼 북한 인권 침해 참상을 한국인들이 볼 수 있는 기념물이나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2500만명의 주민들이 반인권 반인륜적인 체제 아래 살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터너 특사는 “한국 청년들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진 탈북민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돕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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