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美의회도서관서 조미수호통상조약 당시 첫 태극기 도안 열람
한국계 직원들과 간담회 개최…"일본은 영부인이 의회도서관 방문했다"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조현동 주미한국대사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1882년 5월22일)인 22일(현지시간) 미 의회도서관을 방문해 조약체결 당시 미측 대표였던 로버트 슈펠트 해군 제독이 남긴 태극기 도안을 열람했다.
이 태극기 도안은 조약 체결 당시 슈펠트 제독이 공인된 국기가 없던 조선측에 요구해 만들어진 태극기를 보고 난 뒤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태극기 도안은 가로 6.1㎝, 세로 3.8㎝ 크기로, 태극기 위에 'Corea', 아래에 'Ensign(깃발)'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난 2017년 이른바 '슈펠트 태극기 도안' 발견을 통해 1882년 9월 일본 수신사로 파견된 박영효가 선상에서 처음 태극기를 그렸다는 기존 학설이 뒤집혔다.
해당 도안은 슈펠트 제독 유족들이 미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문서(슈펠트 컬렉션) 박스에서 발견됐으며, 미 의회도서관만 소장하고 있는 유일본이다.
조 대사는 태극기 도안을 보면서 "박영효의 태극기가 아니라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던 1882년 5월22일에 사용된 태극기가 최초의 태극기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냐"라고 미 의회도서관 직원에게 물었다.
이에 해설을 담당하던 한국계 앨리 김 사서는 "이것(슈펠트 태극기 도안)이 너무 작지만, 한국의 태극기가 외교 역사상 처음으로 쓰였다는 것은 정말로 의미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사서는 조 대사가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에 방문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미 의회 도서관에는 태극기 도안 외에도 15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와 동국이상국집(1421년 인쇄본), 고려사 공민왕편(1451년 인쇄본) 등 1927년 선교사 제임스 게일이 수집해 기증한 '게일 컬렉션' 등 한국과 관련된 고서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김 사서는 게일 컬렉션에 포함된 금속활자본에 대해 "진짜 최고의 보물"이라고 평가했다.
60여개의 이 금속활자본은 다른 '게일 컬렉션'과 함께 박스 안에 담겨 있다가 뒤늦게 발견됐다고 한다.
김 사서는 "처음엔 이게 얼마나 중요한 자료인지 몰랐던 것"이라며 "현재 직지심경과 (서양 인쇄술의 아버지) 구텐베르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프로젝트를 도서관과 유네스코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서는 동국이상국집이 "중국의 동북공정을 반박할 수 있는 너무나 중요한 자료"라며 "(중국이) 김치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동국이상국집에서 이규보가 6가지 야채를 들면서 김치의 역사, 김치 담그는 방법 등을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대사는 이날 미 의회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계 직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재 미 의회도서관에는 10명의 한국계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조 대사는 간담회에서 "제가 부임한 지 1년이 지났는데 늦게 와서 송구스럽다"며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5월22일에 맞춰 왔다. 이렇게 세계 최고, 최대의 도서관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이 있는 것을 보니 반갑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한국계 직원들은 한국 정부 및 연구기관들의 자료 교환 등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의회도서관에서 보존하고 있는 한국 관련 자료들의 전시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조 대사는 "우리 국민은 물론 미국 시민들도 슈펠트 태극기(도안)이나 금속활자를 얼마나 직접 보고 싶겠느냐"면서 "서울에서 전시회를 하면 수백만 명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그동안 미 의회도서관에서 (한국 관련 자료들을) 잘 보관·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해왔는데, 이제는 좀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런 것들이 한미관계를 장기적으로 더 든든히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영임 의회도서관 동북아과 과장은 1897년에 지어진 미 의회도서관 건물 외벽에 33개국 사람의 두상이 장식돼 있는데, 조선시대 '대감'들이 쓰는 모자를 착용한 한국인 두상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이어 "일본은 영부인이 도서관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계 직원들은 그것을 계속 얘기한다. 영부인이 온 사진도 도서관 카페테리아에 걸려 있다"며 "대사라도 오시면 (도서관측에서) 관심을 더 기울이고 우리도 힘이 난다. 매년 오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 대사는 "저희가 크게 관심을 못 갖는 동안에도 이렇게 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제가 늦게 와서 송구스러운데, 앞으로 더 자주 오겠다"고 화답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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