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하이브, 혁신인가 무리수인가
라이프스타일 멀티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는 하이브는 최근 몇 년 사이 경계 없는 확장을 시도해왔다. 도전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 문제는 공룡 하이브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다른 중소 기획사들이 이정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얼마나 혁신적인 기업일까. 일단 하이브는 지난 2021년 3월 사명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바꾸며 기존 엔터사에서 위버스 중심의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공식화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 후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이행 기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발송하면서 '멀티 레이블 전략의 고도화와 음악산업-기술 간 융합’을 중장기 전략으로 제시했다.
눈에 띄는 외형적 성장이 자회사 늘리기를 통해 이뤄졌다면, 수익 구조 측면에서 음악을 보고 읽는 경험으로 확장해나가는 원소스멀티유즈 정책이 대표적이다. 하이브는 네이버 웹툰과 함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웹툰·웹소설·영화·게임 등을 제작하는 '오리지널 스토리’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바쁜 아티스트가 일일이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제2의 창작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란 평가다. 하이브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엔하이픈의 세계관을 내세운 '다크 문’ 시리즈는 글로벌 누적 조회수 1억8000만을 돌파했다. 오리지널 시리즈 자체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롯데월드와 손잡고 가을 축제를 열었으며, 5월 13일에는 OST 격인 스페셜 앨범도 발표했다.
BTS의 '화양연화’ 세계관을 기반으로 2차 창작한 12부작 드라마 '비긴즈유스’의 경우 하이브와 초록뱀미디어가 공동 제작해 미국, 일본, 독일 등 총 41개국에 판매했다. 특히 기존 OTT 채널이 아닌 웹 3.0 유통 방식을 적용한 플랫폼 '엑스클루시브’에 공개하는 도전을 했다. 엑스클루시브에서는 한정된 수량의 시청권만을 발행해 이 시청권을 구매한 유저가 다른 유저에게 대여 및 판매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 기반이라 원작자의 저작권도 지킬 수 있다.
자회사인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도 음악과 기술 융합의 주요 축이다. 지난해 글로벌 최초로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6개 언어로 동시 발매한 MIDNATT(미드낫)의 'Masquerade’ 음원에는 수퍼톤의 기술이 활용됐다. 아티스트가 외국어로 가창한 발음을 기술로 자연스럽게 교정한 것이다.
팬심 고려 안 한 아티스트 이미지 소비, 고가 논란
지난해 6월 열린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위버스 플랫폼 내 새 서비스도 절반의 성공이었다. 팬들을 위해 효율적인 대기가 가능한 '위버스 줄서기’와 내 마음대로 굿즈를 제작하는 'Weverse by Fans(위버스 바이 팬즈)’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또 페스티벌 현장 반경 3km 내에서만 위버스 줄서기 신청 서비스 접속이 가능해 앞쪽에 서려면 어차피 공연장에 빨리 와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였다.
이와 같은 잡음 속에서도 하이브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압도적인 선두 주자 하이브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면 이는 엔터 산업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는 것.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한 아이돌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K-팝 산업 전반으로 자리 잡았듯이 말이다. 지금은 하이브가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그 역할을 해야 할 때다.
mini interview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
"방시혁 의장이 해야 할 일은 체질 개선과 사기 진작"
수익을 음악으로만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연관 분야 다각화는 필수이고, 기업 경영에서 흔한 방식입니다. 다만 무리 없이 건강하게 하느냐 안 하느냐에서 퀄리티 차이가 나는 거죠.
다소 높게 책정된 가격 정책에 말이 많습니다.
가격은 보통 오프라인 공연의 경우 출연료와 경비에 따라 달라지고, 온라인 공연은 구글이나 애플 등이 티켓값의 30%를 결제수수료로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복합적인 요인을 감안해 높아지게 돼 있습니다. 단, 뮤지컬처럼 좌석 위치별 5개 등급 정도로 가격을 차등화해서 제공하면 좋을 텐데, 1~2개 그룹으로 나누면 청소년 관객들은 선택권이 없어져요. 그 부분은 문제라 할 수 있고, 하이브 사옥에서 하는 전시회도 생각보다 비싼 편이더라고요. 사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민희진 대표도 지적했던 랜덤 포토 카드입니다. 물론 다른 기획사에서도 다 합니다. 다 하더라도 전체 산업 차원에서 병폐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이브가 혁신과 무리수 사이에서 여러 도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이브는 해외 투자자가 굉장히 많은 상장사예요. 상장사의 최대 목표는 주주 가치에 충실해야 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게 옳은 일이죠. 그런데 하이브 같은 엔터테인먼트컬처 기업은 시대의 코드에 맞아야 하고, 대중의 심리적인 소통에 따른 결집이 일어나야 하는 등 묘한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운에 따라 좌우되기도 합니다. 즉, 리스크와 리턴이 큰 산업이죠. 그래서 어떤 상품에서 나온 이익으로 또 다른 상품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하는 메커니즘이다 보니 일단 대중을 상대로 많이 팔아야 유지가 됩니다.
업계 1위 하이브에게 주어진 과제가 있다면요.
하이브가 단기간에 성장하다 보니 엔터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아직은 시스템이 좀 다듬어지지 않았어요.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 사옥에 있는 인프라 네트워크를 다 같이 활용하고 프로듀싱만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식인데, 크게 보면 같은 회사죠. 하이브 내부 구성원을 살펴보면 30대 초반이 다 팀장을 하고 있어요. 유학파, 고급 인력들이 기획해서 해외 투어를 이끄는데,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해요. 임금 격차가 너무 큽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이 생기다 보니 이번처럼 이슈화되는 거죠. 지금 방시혁 의장이 해야 할 일은 체질 개선과 사기 진작이에요. 회사의 구조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중앙 집권적 본부나 센터 체제보단 권장해야 할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단, 크리에이티브와 수익성 둘 중에 어느 쪽이 유리한가는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하이브 #위버스 #여성동아
사진출처 하이브 엑스클루시브
윤혜진 객원기자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