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소속사의 공식입장을 통해 본 대국민 기망史 [이슈in]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 관련 정도가 시시각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직후 택시 운전사의 안전을 확인하고 경찰에 자수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훨씬 더 적은 기사가 쏟아지고 지금보다 덜 부정적인 이미지라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5월 14일 오후 3시 경 김호중은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냈다. "먼저 좋지 않은 소식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금일 보도된 김호중 교통사고에 대한 공식입장 전달드립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저녁 택시와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자 김호중은 골목으로 차를 세우고 매니저와 통화를 했고, 그 사이에 택시 기사님께서 경찰에 신고를 하셨습니다. 이후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호중은 직접 경찰서로 가 조사 및 음주측정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음주는 나오지 않았으며, 사고 처리에 대해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고 당시 김호중은 당황한 나머지 사후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소속사와 김호중은 사후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때만 해도 CCTV가 공개되지 않았고, 음주운전에 대한 의혹이 나오지 않았다. 교통사고 후 사후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물의를 일으킨 사건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날 저녁 교통사고 CCTV가 공개되었고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음주운전이 아니면 벌어지지 않을 사고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을 것. 14일 저녁 대부분의 방송사 뉴스에서는 김호중의 교통사고 CCTV영상이 보도되었고 낮에 보낸 공식 입장은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걸 알게 된 후 매니저가 김호중을 대신해 경찰에 거짓 자수를 했다는 사실을 공식 입장을 통해 알리는 바람에 운전자 바꿔치기도 드러나게 된 것.
교통사고 뺑소니에서 음주운전 의혹,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더해지자 소속사는 다음날(5월 16일) 이른 새벽 6시경 공식입장을 내며 이번에는 소속사 대표가 등판, 모든 일을 자신이 시킨 일이라며 두둔을 하고 나섰다.
"먼저 연일 좋지 않은 소식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조사 중인 사건이기에 경찰 측에서 외부로 조사내용을 유출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어 수많은 의혹에 빠른 의견을 전달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최근 보도된 김호중 교통사고에 대한 사건 경위에 대해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친척이자 소속사 대표인 저 이광득과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김호중은 먼저 귀가하였고 귀가 후 개인적인 일로 자차를 운전하여 이동 중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듯합니다. 사고 이후 매니저에게 전화가 와서 사고 사실을 알았고, 그때는 이미 사고 후 심각한 공황이 와 잘못된 판단으로 김호중이 사고처리를 하지 않고 차량을 이동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고, 이후 이러한 사고의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습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하였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습니다. 이 모든 게 제가 김호중의 대표로서 친척 형으로서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입니다. 현재 사건의 관련자 모두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소속사는 사후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전해드린 내용은 경찰 조사내용과 모두 같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추측성 의혹 보도는 자제 부탁드립니다."
술자리에 함께 했지만 음주는 하지 않았고,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으나 공황이 와 사고 수습을 하지 않았고, 매니저는 본인 판단으로 김호중 차량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제거했고, 김호중의 옷을 뺏어 입고 대리 자수를 하라는 걸 소속사 대표가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공식 입장 말미에는 추측성 의혹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공식 입장에 드러난 정황만 봐도 일반인이 음주 운전을 하고 교통사고를 낸 뒤 상식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의 수위를 벗어난다. 추측을 벗어난 기괴하고 조직적이고 괘씸한 범죄 은폐 행동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게다가 엄청난 팬덤을 가진 연예인과 그 소속사에서 벌인 일이라고?
여기까지도 놀랄 일인데 김호중의 소속사는 16일 밤 9시 30분경 또다시 공식 입장을 보낸다. 한 매체의 보도내용에서 '주관적인 표현'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안녕하세요. 생각엔터테인먼트입니다. 금일 오후 채널A에서 김호중이 사고 당일 유흥주점에서 나와 휘청거리며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채널A의 보도는 마치 김호중이 유흥주점에서 음주를 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호중은 유흥주점에 지인에게 인사차 들렸을 뿐, 음주를 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휘청이다’ 등 주관적인 표현을 사용한 채널A에 유감을 표합니다. 당사는 이번 김호중 사태에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다시 한번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이광득 대표 등 문제를 일으킨 스태프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을 달게 받을 예정입니다. 부디 아티스트를 향한 추측성 보도는 자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김호중의 음주 운전을 숨기려고 발버둥 쳤던 생각엔터테인먼트였는데, 속속들이 드러나는 김호중의 행보는 그의 음주운전을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이게 했다.
결국 5월 19일, 일요일 밤 10시가 되어서야 김호중은 처음으로 '음주운전'을 시인하는 공식 입장을 냈다. 메일의 제목에도 "김호중 음주운전 혐의 관련 공식입장"이라고 쓰며 "안녕하세요. 생각엔터테인먼트입니다. 자사 아티스트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김호중은 경찰에 자진 출석하여 음주운전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끝으로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거듭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래는 김호중의 사과문 전문입니다. 죄송합니다. 김호중입니다.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음주 운전을 하였습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며 김호중의 음주운전을 사건 발생 열흘만에 인정했다.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었나? 홍보대행사를 통한 공식 입장으로 언론과 대중을 속이려 했던 김호중과 생각엔터테인먼트는 21일 화요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됐다. 무려 열흘을 끌어 자신의 죄를 인정했기에 공식 포토라인에 서 대중에게 사과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몰래 출석하는 것으로 며칠 전 보내온 공식입장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그날 오후 4시 40분경에도 소속사는 공식 입장을 언론에 보냈다.
"안녕하세요. 생각엔터테인먼트입니다. 김호중은 금일 오후 2시 강남경찰서에 출석했습니다. 출석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서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경찰 조사는 금일 오후 5시 이후 종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사가 끝나면 변호사님이 현장에서 기자님들 질의에 답변할 예정입니다.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 기자님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김호중의 출석 때 공식 사과를 듣지 못한 언론은 소속사에서 보내온 입장문을 믿고 현장에서 조사가 끝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두 시간 반 만에 조사는 끝났으나 김호중은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기 싫다는 이유로 강남경찰서에서 5시간 30분 이상을 버티며 귀가하지 않았다. 김호중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속사에서 약속한 변호인이라도 모습을 보이며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엔터테인먼트도, 밤이고 새벽이고 공식입장을 보내오던 홍보대행사도, 김호중 당사자도 아무도 아무런 말 없이 언론을 경찰서 앞에 대기하게 했다. 오후 5시면 나올 줄 알았던 김호중과 변호인은 밤 10시 40분에서야 등장했고 짧은 한마디만 남긴 채 김호중은 차를 타고 사라졌다. 현장에 남은 변호인은 "성실한 답변"과는 거리가 있는, 대중에게 경찰청 공보규칙 훈계를 쏟아냈다.
공식 입장을 통해서만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김호중은 5월 22일 오후 5시경 또다시 공식 입장을 보내왔다.
"안녕하세요. 생각엔터테인먼트입니다. 김호중은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또한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은 모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결과에 따른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것입니다. 김호중이 음주 운전 혐의를 인정했으나 경찰 조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경찰 측에서도 보안 유지를 당부해온 만큼, 당사는 앞으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 부분 기자님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을 테니 양해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대목에서 어리둥절해진다. 그동안 소속사가 공식입장을 통해 했던 말들이 의미 있는 말들이었나? 취재를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김호중과 그 일당들의 행보는 백서로 만들어져야 할 정도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이후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나에 관한 모든 것들이 다 담긴 백서가 될 수 있을 것.
이렇게 큰 논란을 만들고도 '은퇴'가 아닌 '자숙' 하겠다고 선언하는 김호중과 소속사의 배짱이 놀랍지만, 이런 배짱이 있기에 언론과 국민을 대상으로 당당하게 기망할 수 있었나 보다.
iMBC 김경희 | 사진 iMBC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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