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이 패기를 꺾었다…'백발 신사'가스페리니의 아탈란타, 레버쿠젠 '51경기 무패+트레블' 저지하고 창단 첫 유로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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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바이어 레버쿠젠의 미니 트레블을 막아선 건 세리에A 5위팀 아탈란타였다.

아탈란타는 23일(한국시각)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2023~2024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나이지리아 특급' 아데몰라 루크먼의 해트트릭 깜짝쇼에 힘입어 3대0으로 승리했다. 창단 117년만에 최초로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우승했다.

아탈란타가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한 건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아탈란타 감독(66)이 5살 때인 1963년 코파이탈리아가 마지막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별 볼일 없던 구단이었던 아탈란타는 이번 우승으로 마침내 유럽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세리에A 클럽이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한 건 1999년 파르마 이후 25년만이다.

풍부한 연륜을 장착한 '백발의 신사' 가스페리니 감독이 패기 넘치는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43)의 질주를 막은 셈이 됐다. 가스페리니 감독이 2016년 아탈란타 감독 부임 후 팀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를 지켜봐왔다면, 이번 경기는 이변이라기보단 준비된 팀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다.

제노아, 인터밀란, 팔레르모에서 철저한 실패를 맛본 가스페리니 감독은 2000년대 들어서도 1부와 2부를 오가던 아탈란타를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 팀으로 끌어올렸다. 2016~2017시즌부터 리그에서 4위-7위-3위-3위-3위-8위 그리고 지난 2023~2024시즌 5위를 차지하며 다음시즌 UCL 진출권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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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리그에선 더욱 놀라운 일을 해냈다. "우린 리그 선두권인 스포르팅과 리버풀을 꺾었고, 이번엔 레버쿠젠을 제압했다"는 가스페리니 감독의 말대로, 16강부터 스포르팅, 리버풀, 마르세유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패배를 잊은 팀' 레버쿠젠은 까다로운 적수로 여겨졌다. 이날 전까지 51경기 연속 무패를 질주했고, 분데스리가 최초 무패우승을 차지한 팀이었다.

하지만 아탈란타는 전반 26분만에 루크먼의 연속골로 빠르게 앞서갔다. 그리고 후반 30분 역습 상황에서 루크먼이 쐐기골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레버쿠젠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스페리니 감독은 "아탈란타가 대단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레버쿠젠은 이로써 1988년 이후 36년만의 우승 도전이 물거품이 됐다. 레버쿠젠은 1987~1988시즌 '차붐' 차범근을 앞세워 에스파뇰을 꺾고 구단 최초이자 유일한 유럽클럽대항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미니 트레블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아직 더블의 꿈은 남아 있다. 레버쿠젠은 26일 오전 3시 카이저슬라우테른과 DFB 포칼 결승전을 치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