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가모의 무명 구단, 아탈란타 어엿한 ‘유럽 챔피언’ 되다 [UEL 와치]
[뉴스엔 김재민 기자]
밀라노 근교 소도시 베르가모에 자리한 작은 클럽이 '유럽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탈란타 BC는 5월 23일(이하 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아비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의 '2023-2024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3-0으로 대승했다.
아탈란타는 이날 우승으로 1962-1963시즌 코파 이탈리아 우승 이후 구단의 통산 2번째 메이저 대회 트로피이자 첫 유럽 클럽 대항전 우승을 맛봤다.
불과 10년 전을 떠올려 보면 강산이 변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아탈란타의 구단 위상은 수직 상승했다.
아탈란타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럽 클럽 대항전은 꿈꾸기도 어려운 중소 구단이었다. 이 시절만 해도 아탈란타는 세리에B 강등과 세리에A 승격을 오가던 '요요 클럽'이었다. 아탈란타는 2011년 세리에 A 승격 후에는 한 번도 강등되지 않았지만, 5년 연속 리그 10위 이하 순위(12-15-11-17-13)를 기록한 평범한 중하위권 팀이었다.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이 부임한 2016-2017시즌부터 구단의 역사가 바뀌기 시작했다. 직전 시즌 13위였던 아탈란타는 축구팬들을 놀라게 한 돌풍을 일으켰다. SS 라치오, AC 밀란, 인터밀란을 제치고 리그 4위에 올랐다. 이는 1948년 5위 이후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이기도 했다.
2016-2017시즌의 약진에는 유소년 팀 출신 유망주의 동시다발적인 폭발이 기폭제였다. 없는 살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아탈란타 유소년팀은 2016년 U-17 연령대 대회를 싹쓸이할 정도로 뛰어났다. 마티아 칼다라, 프랑크 케시에, 안드레아 콘티,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 등이 2016-2017시즌 한 번에 1군에 안착했고 이들이 대약진의 발판이 됐다.
이 선수들이 빅클럽의 레이더에 들면서 1~2년 만에 팀을 모두 떠났지만, 아탈란타는 가스페리니 감독 특유의 '재활공장장' 면모를 살리며 성적을 유지했다. 요십 일리치치, 브라이언 크리스탄테, 마리오 파살리치 등 아탈란타에서만 유독 잘했던 선수들이 꽤 있다. 또 중위권 리그를 적극적으로 스카우팅해 영입했던 티모시 카스타뉴, 라스무스 호일룬, 요하임 멜레 등을 잘 활용하기도 했다.
2017-2018시즌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면서도 리그 7위 호성적으로 다시 한 번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획득한 아탈란타는 2018-2019시즌 리그 3위에 오르며 이전의 성적이 운이 아님을 또 한 번 증명했다. 2019-2020, 2020-2021시즌까지 3시즌 연속 리그 3위에 오르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다.
가스페리니 체제에서 리그 상위권 팀으로 발돋움한 아탈란타에 옥에 티라면 우승 트로피를 한 번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2018-2019, 2020-2021, 2023-2024시즌 3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유로파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성적이 좋지는 않았다. 어느 쪽에서도 4강을 밟아본 적이 없었다. 구단 체급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듯했다. 타 빅리그와 비교해 부유하지 않은 세리에 A에서 소도시 베르가모를 연고로 하는 아탈란타는 재정적으로 풍족한 팀이 아니다. 여러 대회를 병행하면서 고루고루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랬기에 더 소중했던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을 달성하고 이번 시즌 51경기 무패 행진으로 유럽 축구 무패 신기록까지 달성한 레버쿠젠이 '최종 보스'로 기다렸다. 승산이 커보이지는 않았지만 아탈란타는 레버쿠젠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역습 전술을 준비했고, 3골이나 퍼부으며 레버쿠젠의 무패 행진을 끊음과 동시에 길고 길었던 61년 무관을 끊었다.
밀라노 근교 소도시의 무명 클럽은 이제 유럽 대회가 익숙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자타공인 강팀이 됐다.(사진=아탈란타 선수단)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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