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닮은 해군 비밀병기 ‘초대형 무인잠수정’···뜨거워지는 바닷속 ‘드론 전쟁’[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路, 핵탑재 수중 드론 ‘포세이돈’ 이미 보유
英, 초대형 무인잠수정 ‘세투스’ 개발 중
中, 대형급 수중 드론 ‘HSU-001’ 공개해
지난 2023년 4월 미 의회에서 진행된 해군 청문회에서 당시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의 깜짝 발언이 현지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청문회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미 해군의 대비책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현재 개발 중인 대형무인잠수정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미래 해전의 국면전환자(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는 돌발 발언을 했다.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이 언급한 미 해군의 비밀무기는 바로 미국 보잉社가 글로벌 방산업체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社와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오르카(Orca·범고래)’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을 지칭한 것이다. 통상 대형 수중 드론으로 불린다.
선체 길이 26m, 수중 배수량 50톤에 하이브리드 디젤·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으로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중과 해상에서는 배터리로 항해하며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에는 디젤 발전기를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최대 속도는 8노트(15㎞/h), 순항 속도는 약 3노트(5.6㎞/h)에 이른다.
특히 자율 항해 기술을 활용해 최대 행동반경 6500해리(약 1만2000㎞)에서 3개월 이상 단독작전이 가능해 바닷속 비밀병기로 ‘게임체임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시험평가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미 해군은 총 10여 척을 건조 및 전력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 해상 드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장기화 과정에서 해상 공격 첨병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군이 무인 해상 자폭 드론으로 러시아 해군 군함을 연이어 침몰시키면서 드론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해상 전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는 무인 해상 드론이 가장 성공적인 비대칭 전력 무기로 등장한 셈이다. 이에 고무된 우크라이나군은 해상 드론에 이어 최근에는 물속에서 은밀히 표적에 접근해 공격하는 ‘마리치카(Marichka)’라는 수중 드론(무인잠수정)도 개발해 시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형 무인잠수정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배경은 기뢰나 폭뢰를 탑재하고 적진에 은밀히 침투한 뒤 장기간 정보 수집과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게 강점 때문이다. 게다가 기체의 크기도 작게 만들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되는 것을 물론 필요할 경우 자폭 공격이 가능해 가장 효과적인 무기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중에선 위성을 이용한 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를 수신할 수 없고, 인간이 무선으로 원격조종하는 것도 불가능한 탓에 세계 군사 강국들은 스스로 판단해 작전을 수행하는, 지적 자율능력을 갖춘 인공지능(AI)의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에 관심이 높다.
바닷속을 뜨겁게 달구는 대형 수중 드론, 즉 대형 무인 무인잠수정과 관련해 세계 군사강국들의 개발 경쟁은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 해군은 2012년부터 순항미사일과 어뢰를 비롯해 소형 무인잠수정까지 장착할 수 있는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Extra Large Uncrewed Undersea Vehicle)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보잉사와의 협력을 통해 지난 2023년 12월 초대형 공격용 무인잠수정 ‘오르카’를 확보해 전력화 했다. 10년 넘는 노력 끝에 첫 오르카를 개발한 보잉은 앞으로 해군에 총 10여 척의 오르카를 더 인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카는 이제까지 취역한 무인잠수정 중에 기체가 가장 크다. 사람을 태우지 않는 대신 항법과 주변 상황 인식, 추진, 기동 등 물속에서 움직이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을 컴퓨터가 스스로 수행하며 운용된다.
무엇보다 강점은 동력을 내구성이 강화된 하이브리드 디젤·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해 3개월 이상 단독 작전을 지속할 수 있어 핵추진 잠수함의 대안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미 해군은 2045년까지 총 50척 이상의 초대형 무인잠수정을 확보해 미래 해전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해군은 오르카를 확보해 해저 역량을 강화할 중대한 이정표로 삼겠다는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오르카가 실전 배치될 경우 지금보다 표적에 더 가까이 접근해 신속한 정보 획득은 물론 기뢰 설치와 전자전 같은 공세적 임무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맞서 러시아가 이미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수중 드론 ‘포세이돈’을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의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 중어뢰인 동시에 수중 드론이다. 포세이돈은 잠수함에 탑재되어 수중으로 발사된 후 조기경보레이더를 회피해 적의 해군기지, 항구 등에 기습적으로 핵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 항해는 기본이고 최대 사정거리가 1만㎞에 달해 미국을 공격 표적으로 하는 게 주요 임무다. 러시아 동쪽 영토인 사할린이나 쿠릴열도 등에서 발사하면 미국 서부 해안가의 타격이 가능하다.
유럽에서는 영국 해군이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일명 ‘세투스’(Cetus)라 불리는 기체다. 길이 12m, 무게 17t으로 오르카 보다 크기가 작다. 작전 심도는 400m 이상, 항속거리는 1609㎞에 달한다. 장시간 자율 작전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임무에 맞게 탑재물을 바꿀 수 있는 모듈형 방식으로 운영된다. 건조업체로 선정된 엠서브는 지난 2022년 11월 말부터 세투스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도 중국 해군의 확장에 대응하고 위해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명 ‘고스트 샤크’(Ghost Shark)라고 불리는 초장거리 자율 항해 잠수정이다. 현재 본격적배치할 준비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기나 무게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커스 동맹국임을 감안할 때 오르카 수준의 크기와 성능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는 5대 내외 건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선두 주자다. 이미 지난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 때 초대형 무인잠수정 ‘HSU-001’을 공개했다. 미국의 오르카보다 작고 무기 탑재량도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르카 처럼 장거리를 자율 항해해 정보 수집과 적 함을 정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은 또 다른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22년 9월에는 미국에 의해 새로운 종류의 두 초대형 무인잠수정이 위성 사진에 잡히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 전면부에 어뢰 발사대 4개를 장착한 무인잠수정을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음파 탐지기도 탑재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역시 무인잠수정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 3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자체개발한 ‘핵 무인 수중 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의 모의 공중폭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은 조선 동해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침로를 80~150m의 심도에서 59시간 12분간 잠항해 적의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만수역의 목표점에 도달해 시험용 전투부(탄두)가 수중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일명, 북한판 XLUUV인 ‘해일’로, 지난 2012년부터 개발이 진행된 ‘수중 핵 전략 공격무기 체계 개발 사업’의 결과물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남북간 해군력을 단번에 확실히 뒤집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 무기 개념으로 북한이 개발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이 계약을 체결하고 초대형급 무인잠수정 시제품을 제작 중에 있다. 규모는 미 해군의 오르카에 해당하는 크기다. 한화시스템은 2027년 8월까지 원거리 자율 수행이 가능한 시제품을 만든 뒤 기반 기술을 검증할 것을 알려졌다.
이후 다목적 모듈형 무인잠수정(MRXUUV)을 만들어 2030년대까지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듈형에서 알 수 있듯 전투용으로 쓸 때는 어뢰나 미사일 같은 무장을 탑재하고, 지원용으로 사용할 때는 특수부대 탑승 캡슐이나 정찰용 소형 드론을 실어 스스로 수중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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